[인사이드 Story] 암호문 같은 자동차 作名의 비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50-2 트리콜로레','메르세데스벤츠 S500 4매틱 블루이피션시 롱','폭스바겐 투아렉 V6 TDI 블루모션'.

국내 시장에 선보인 수입차 이름이다. 암호문처럼 지나치게 길고 복잡하다는 반응도 있다. 업체들은 성능과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긴 이름을 고집한다. 이름만 봐도 한눈에 기능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과 쉽게 차별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과거에는 차 이름에 지명이나 음악용어,숫자 등을 쓰는 것으로 그쳤지만 엔진과 친환경 기술 등을 강조하는 기능까지 보태지면서 점차 길어지는 추세다.

◆성능 · 기능 담은 자동차 이름들

이탈리아 슈퍼카 람보르기니는 지난주 '가야르도 LP550-2 트리콜로레'를 국내에 출시했다. 가야르도는 전설적 투우사 미우라가 키운 황소 이름으로 강력한 힘을 상징한다. 'LP550-2'는 '550마력 2륜 구동'이란 의미다. 트리콜로레는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레드,화이트,그린의 세 가지 색을 뜻한다.

폭스바겐이 이달 초 출시한 '투아렉 V6 TDI 블루모션'은 차 이름에 기능을 강조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메인 이름은 북아프리카 사하라 지역에 사는 투아렉족에서 따왔다. 여기에 6기통(실린더) 엔진을 뜻하는 'V6'와 터보 직분사 엔진인 'TDI'를 붙였다. '블루모션'은 폭스바겐의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다는 뜻이다. 현대자동차는 '블루 드라이브'라는 친환경 브랜드를 쓴다.

벤츠코리아가 지난 4월 출시한 'S500 4매틱 블루이피션시 롱'은 고급 세단을 뜻하는 S에 배기량 5000cc급 엔진을 의미하는 '500'이 더해졌다. '블루이피션시'는 벤츠의 친환경 기술이다. 여기에 차체를 늘렸다는 '롱(long)'을 추가했다. 아우디의 베스트셀링 모델 'A4 2.0 TFSI 콰트로'는 준중형 세단인 A4 중에 2000cc급 고연비 터보(TFSI) 엔진을 장착한 상시 4륜 구동(콰트로) 차란 의미다. 변속기 종류까지 이름에 넣고 있다. 현대차의 크로스오버차량(CUV) '벨로스터 DCT'는 '더블(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을 뜻하는 DCT가 붙었다. 푸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3008 HDi MCP E5'는 수동 기반 자동 변속기 MCP가 이름에 들어갔다. 'E5'는 유럽의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5를 맞췄다는 뜻이다.

◆지명,음악용어 주로 사용

자동차 이름은 지명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다. 해외 수출 등을 위해 현지인에게 친숙한 지명을 써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대차 싼타페,투싼은 각각 미국 뉴멕시코주와 애리조나주의 관광지 이름이다. 한국GM이 올 가을께 출시할 중형 세단 '말리부'는 로스앤젤레스(LA)의 말리부 비치에서 따왔다.

현대차 '쏘나타(Sonata)'는 고도의 연주기술이 요구되는 16세기 바로크음악의 4악장 형식 악곡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기아차 준중형 '포르테(Forte)' 역시 음악용어(빠르게)다. 라틴어도 작명에 자주 활용된다. 쌍용자동차 SUV 렉스턴은 국왕을 뜻하는 라틴어 '렉스(rex)'와 기풍을 뜻하는 영어 '톤(tone)'을 묶었다. 기아자동차 '오피러스(Opirus)'는 라틴어 'Ophir Rus'의 약자다.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 of Us)'를 의미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