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들, 사모ELS에 '열광'…과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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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만 11조 이상 발행…작년보다 2배 늘어
조정장서 마땅한 투자처 못찾자 100억씩 투자도
과열양상 2008년과 비슷…증권가 '후유증' 우려
조정장서 마땅한 투자처 못찾자 100억씩 투자도
과열양상 2008년과 비슷…증권가 '후유증' 우려
거액 자산가에게 '맞춤형'으로 판매하는 사모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금리+α'를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일부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사라졌던 수십억~수백억원을 사모 ELS에 맡기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사모 ELS시장이 커지면서 높은 수익을 요구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선 상당한 후유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커지는 사모 ELS시장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모 ELS 발행 규모는 1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8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 ELS는 67% 늘었다. 발행 규모도 사모 ELS가 공모 ELS(8조2000억원)보다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반기 막판에 증시 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사모 ELS 인기가 주춤했지만 이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A증권의 경우 지난달 1406억원어치의 사모 ELS를 판매해 전달보다 판매액이 37.7% 줄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819억원어치가 팔려나가 이미 지난달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거액 자산가들이 사모 ELS 시장을 주도하면서 올해 ELS 발행 규모는 사상 최대였던 2007년의 25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려되는 부작용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성행했던 '거액 몰빵 투자'가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ELS에만 한번에 수십억~수백억원을 투자하는 이런 방식은 주식형펀드나 ELS를 제외하면 마땅한 금융투자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금융위기 이전에 유행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투자업계에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위한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이 선보이면서 ELS에 대한 거액 투자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영업 중인 한 PB센터장은 "이달 초 한 40대 중견기업 오너 2세가 연 10%대 수익률을 목표로 설계된 사모 ELS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해 깜짝 놀랐다"며 "그는 2000억원대 자산가인 데다 투자액이 전체 보유 자산의 10% 미만이어서 반대하지 않았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금융위기 직후 ELS로만 수백억원의 손실을 본 투자자가 잇따라 발생해 자산관리 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적이 있다"고 우려했다.
◆위험 키우는 금융투자업계
금융투자업계가 지나친 마케팅으로 사모 ELS 시장의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공모 ELS 시장이 출혈 경쟁 양상을 보이는 데다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 ELS의 수익이 별로 안 되다 보니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 ELS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업력과 인지도에서 앞선 일부 대형사가 과열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조정장에서 부자고객들이 '손실을 어느 정도 감수할테니 수익률을 높게 상품을 설계해 달라'는 식의 요구를 많이 해온다"며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 5~6월 이런 고객을 대상으로 ELS를 설정하면서 폭리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사모 ELS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 ELS
equity linked securities · 주가연계증권.코스피200 등 대표 지수나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하고,이 가격이 투자 기간에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수준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해놓은 목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송종현/김유미 기자 scream@hankyung.com
◆커지는 사모 ELS시장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모 ELS 발행 규모는 1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8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 ELS는 67% 늘었다. 발행 규모도 사모 ELS가 공모 ELS(8조2000억원)보다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반기 막판에 증시 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사모 ELS 인기가 주춤했지만 이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A증권의 경우 지난달 1406억원어치의 사모 ELS를 판매해 전달보다 판매액이 37.7% 줄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819억원어치가 팔려나가 이미 지난달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거액 자산가들이 사모 ELS 시장을 주도하면서 올해 ELS 발행 규모는 사상 최대였던 2007년의 25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려되는 부작용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성행했던 '거액 몰빵 투자'가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ELS에만 한번에 수십억~수백억원을 투자하는 이런 방식은 주식형펀드나 ELS를 제외하면 마땅한 금융투자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금융위기 이전에 유행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투자업계에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위한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이 선보이면서 ELS에 대한 거액 투자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영업 중인 한 PB센터장은 "이달 초 한 40대 중견기업 오너 2세가 연 10%대 수익률을 목표로 설계된 사모 ELS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해 깜짝 놀랐다"며 "그는 2000억원대 자산가인 데다 투자액이 전체 보유 자산의 10% 미만이어서 반대하지 않았지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금융위기 직후 ELS로만 수백억원의 손실을 본 투자자가 잇따라 발생해 자산관리 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적이 있다"고 우려했다.
◆위험 키우는 금융투자업계
금융투자업계가 지나친 마케팅으로 사모 ELS 시장의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공모 ELS 시장이 출혈 경쟁 양상을 보이는 데다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 ELS의 수익이 별로 안 되다 보니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 ELS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업력과 인지도에서 앞선 일부 대형사가 과열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조정장에서 부자고객들이 '손실을 어느 정도 감수할테니 수익률을 높게 상품을 설계해 달라'는 식의 요구를 많이 해온다"며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 5~6월 이런 고객을 대상으로 ELS를 설정하면서 폭리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사모 ELS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 ELS
equity linked securities · 주가연계증권.코스피200 등 대표 지수나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하고,이 가격이 투자 기간에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수준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해놓은 목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송종현/김유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