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 14일 기자가 불리한 기사의 보도를 거론하며 추가 취재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가 협박죄에 해당하느냐를 두고 유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렸다. "신문기자가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구하고 취재원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조사한 바대로 보도하겠다고 한 것이,설령 협박죄에서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기자의 일상적인 업무범위 내에 속한다"는 취지에서다. 우리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 자체에 대해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다만,기자의 협박 여부가 논란이 됐던 사건인 만큼 언론이 가야 할 정도(正道)가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미 도를 넘어선 유사 언론행위가 만연해 있다는 것은 더이상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난 5월 한국광고주협회가 이른바 '나쁜 언론' 5개사를 선정해 공개한 것도 언론의 이 같은 행태에 참다못한 자구책이었다. 당시 광고주들이 지목한 5개사는 기사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이를 보도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광고와 협찬을 강요하거나 근거없는 음해성 기사를 게재한 후 나중에 빼주는 식으로 돈을 갈취했다. 직원 몇 명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인터넷 언론사만 무려 2600개에 육박하는 현실이 이런 유사 언론을 부추기고 있고, 포털은 그런 언론들이 기생하는 숙주 노릇을 하고 있다. 일부 유사 언론은 자신들이 이 더러운 명단에서 빠진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했다는 정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위 제도권 언론까지 나쁜 언론과 전혀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영방송이 개입된 야당 도청이나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오브더월드의 도청 사건도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내부로부터의 도전들이다. 대중매체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도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종편을 앞둔 국내 언론계도 치열한 경쟁상황에 처해 있다. 대중영합적 황색 저널리즘의 유혹을 더욱 강하게 받을 것이란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기업 때리기,반기업정서 부추기기 등은 좋지 않은 징조들이다. 언론의 정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