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카(52)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낸 경영 컨설턴트다. IT전문가로 2007년 컴퓨터 전문지 'e위크'가 뽑은 'IT업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포함됐다. 그러나 2008년 '애틀랜틱'지에 '구글은 우릴 바보로 만드는가'를 발표,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내용인즉 정보기술,특히 인터넷이 인간의 뇌를 녹슬게 한다는 것이었다.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선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인터넷이 인류의 '기억 저장공간'을 넓히는 건 틀림없지만 기억을 죄다 '아웃 소싱'하다 보면 개인과 사회 모두 얄팍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인터넷 덕에 연구 속도는 빨라지고 보다 많은 사람과의 소통도 가능하지만,대충 훑어보기와 멀티태스킹(다중작업)에 매달리느라 집중력은 물론 사색과 명상 · 숙고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또 뇌의 언어 · 기억 · 시각 처리 부분을 활성화시키는 책과 달리 인터넷은 의사 결정 부분만 활성화시켜(링크 항목을 클릭할까 말까 정하느라) 사람을 산만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치매론에 힘을 싣던 카의 이론에 제동이 걸렸다. 검색 엔진이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기억의 작동 방식을 바꿀 뿐이라는 발표가 그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베시 스패로 교수팀의 '인간 기억에 미치는 구글 이펙트'란 논문으로,검색서비스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두뇌의 기억에 대한 선택 절차가 달라지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정보가 컴퓨터에서 삭제될 건지 저장될 건지에 따라 기억도 하고 망각하기도 했다는 게 근거다. 스패로 교수팀은 따라서 인터넷을 이용하다 보면 두뇌를 기억보다 창의적인 일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시작이다. 카의 주장처럼 사람의 기억력과 사고력을 떨어뜨릴지,자잘한 기억에 쓰던 능력을 생산적인 일에 써서 인류 발전에 보다 기여하게 될지는 알 길 없다. 분명한 건 인터넷 의존 역시 지나치면 문제고 뇌도 써야 좋아진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디지털 치매가 걱정되는 이들에겐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 있다. 신문을 꼼꼼히 읽고,노래 가사도 좀 외우고,수첩에 메모하고,일기를 써보라는 게 그것이다. 규칙적인 걷기도 빠지지 않는 사항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