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금값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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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가져와라,가능한 한 인도적으로.그러나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가져와야 한다. " 콜럼버스의 탐험을 후원하면서 스페인 국왕 페르난도 2세가 한 주문이다. 콜럼버스의 관심도 온통 금을 찾는 데 집중돼 있었다. 1492년 아메리카로 가는 항해일지에 '황금을 갖는다는 건 영혼의 천국행을 도와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기록했을 정도다. 이쯤 되면 탐험가라기보다 금 사냥꾼이다.
1532년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대서양을 건너 잉카제국을 정복한 동기도 금이었다. 병사는 160여명에 불과했지만 교묘한 계략으로 아타왈파 왕을 사로잡았다. 많은 금을 내놓으면 풀어주겠다고 하자 전국적 금모으기 운동이 벌어졌다. 150여일 동안 5t의 금을 거둬들였으나 피사로는 약속을 저버리고 왕을 처형했다. 태양의 제국 잉카는 이렇게 멸망한 반면 약탈해간 금을 국부의 원천으로 삼은 스페인은 유럽 최강국으로 떠올랐다.
금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뿌리 깊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도 금 장식품이 등장한다. 이후 금은 변함없이 권위와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집트에서 금은 파라오만 쓸 수 있었다. 금화를 처음 주조한 건 소아시아의 리디아인들이라고 헤로도투스는 기록했다. 리디아인은 검은색 시금석 위에 금속을 문지른 뒤 흔적을 24개의 바늘과 비교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바늘은 금과 은,금과 구리를 다양한 비율로 섞어 만들었고 24번째 바늘만 순금이었다. 24k의 유래다.
국제무역이 확대되면서 금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로 자리잡았다.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와해되고 관리통화제도가 도입될 때까지 금은 국제무역과 통화의 기반이었다. 현재 사용되는 금은 16만3000여t이라고 세계금협회는 추정한다. 장식용 50%, 투자용 40%,산업용 10% 정도다.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 미국 8100t,독일 3400t,일본 700t인 데 비해 한국은 14t 안팎이란다.
2007년 초 온스당 600달러 선이던 국제 금값이 1600달러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대로 가면 20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탓에 투자자들이 종이돈을 못 믿겠다고 금을 사모으는 게 원인이라고 한다. 투자대상으로서의 금은 까다롭고 위험하다. 그래도 세상이 어수선할 때 금을 사재는 습성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1532년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대서양을 건너 잉카제국을 정복한 동기도 금이었다. 병사는 160여명에 불과했지만 교묘한 계략으로 아타왈파 왕을 사로잡았다. 많은 금을 내놓으면 풀어주겠다고 하자 전국적 금모으기 운동이 벌어졌다. 150여일 동안 5t의 금을 거둬들였으나 피사로는 약속을 저버리고 왕을 처형했다. 태양의 제국 잉카는 이렇게 멸망한 반면 약탈해간 금을 국부의 원천으로 삼은 스페인은 유럽 최강국으로 떠올랐다.
금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뿌리 깊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도 금 장식품이 등장한다. 이후 금은 변함없이 권위와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집트에서 금은 파라오만 쓸 수 있었다. 금화를 처음 주조한 건 소아시아의 리디아인들이라고 헤로도투스는 기록했다. 리디아인은 검은색 시금석 위에 금속을 문지른 뒤 흔적을 24개의 바늘과 비교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바늘은 금과 은,금과 구리를 다양한 비율로 섞어 만들었고 24번째 바늘만 순금이었다. 24k의 유래다.
국제무역이 확대되면서 금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로 자리잡았다.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와해되고 관리통화제도가 도입될 때까지 금은 국제무역과 통화의 기반이었다. 현재 사용되는 금은 16만3000여t이라고 세계금협회는 추정한다. 장식용 50%, 투자용 40%,산업용 10% 정도다.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 미국 8100t,독일 3400t,일본 700t인 데 비해 한국은 14t 안팎이란다.
2007년 초 온스당 600달러 선이던 국제 금값이 1600달러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대로 가면 20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한 탓에 투자자들이 종이돈을 못 믿겠다고 금을 사모으는 게 원인이라고 한다. 투자대상으로서의 금은 까다롭고 위험하다. 그래도 세상이 어수선할 때 금을 사재는 습성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