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재계와 법조계, 누가 배워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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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업들이 곰곰이 생각하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
준법지원인 제도에 관한 시행령 제정을 논의하고 있는 '준법경영 법제개선단'의 변호사와 로스쿨 교수의 얘기다. 이들은 제도 적용 대상과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재계와 법조계 간 이해 충돌로 비쳐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기업들의 이해 부족"으로 돌렸다. 기업들이 제도의 올바른 취지를 이해한다면 준법지원인제 확대 시행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인 상장기업은 준법지원인을 둬야 한다는 게 법조계 출신 개선단 위원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전체 상장기업(1767개)의 51.8%인 915개 기업이 준법지원인을 선임해야 한다.
기업들은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한 중견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변호사와 기업의 대립구도로 비쳐지면 법조계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 두려워 애꿎은 기업들의 '이해력 부족'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기업을 가르치고 계도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법조계의 기업관이 묻어나는 듯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기업이야말로 준법지원인 선임에 따른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며 "변호사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준법지원인 선임을 법으로 강제하려는 게 진짜 문제"라고 꼬집었다. 재계 쪽의 개선단 위원은 "법조계 측의 적용 기준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쪽은 기업들이 아니라 법조계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법조계 일각에서는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상장사도 준법지원인 선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기업들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대해 법조인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달부터 발효되면서 변호사업계는 국내 시장을 해외 로펌에 뺏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일찍부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한쪽이 어느 한쪽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법조계일까,아니면 기업일까.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준법지원인 제도에 관한 시행령 제정을 논의하고 있는 '준법경영 법제개선단'의 변호사와 로스쿨 교수의 얘기다. 이들은 제도 적용 대상과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재계와 법조계 간 이해 충돌로 비쳐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기업들의 이해 부족"으로 돌렸다. 기업들이 제도의 올바른 취지를 이해한다면 준법지원인제 확대 시행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인 상장기업은 준법지원인을 둬야 한다는 게 법조계 출신 개선단 위원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전체 상장기업(1767개)의 51.8%인 915개 기업이 준법지원인을 선임해야 한다.
기업들은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한 중견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변호사와 기업의 대립구도로 비쳐지면 법조계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 두려워 애꿎은 기업들의 '이해력 부족'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기업을 가르치고 계도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법조계의 기업관이 묻어나는 듯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기업이야말로 준법지원인 선임에 따른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며 "변호사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준법지원인 선임을 법으로 강제하려는 게 진짜 문제"라고 꼬집었다. 재계 쪽의 개선단 위원은 "법조계 측의 적용 기준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쪽은 기업들이 아니라 법조계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법조계 일각에서는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상장사도 준법지원인 선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기업들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대해 법조인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달부터 발효되면서 변호사업계는 국내 시장을 해외 로펌에 뺏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일찍부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한쪽이 어느 한쪽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법조계일까,아니면 기업일까.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