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또 하나의 별명이 붙었다. '우소쓰키(うそつき) 간'.거짓말쟁이라는 의미다. 당장이라도 물러날 것처럼 얘기했다가 여러 번 말을 바꾸는 모습에서 파생됐다. 물론 별명의 진원지는 '반대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고 해도 국민의 신뢰를 자양분으로 살아가는 정치가에게 거짓말쟁이라는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간 총리가 승부수를 띄웠다. '우소쓰키 간'에서 '퍼포먼스 간'으로 변신했다. 이번 이벤트의 테마는 '탈(脫)원전'으로 잡았다. 곧바로 일본 여론이 쩍하고 둘로 갈라졌다. 한쪽에서는 '영단'이라고 치켜세우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정치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간 총리의 의도는 적중했다. 탈원전 카드 하나로 일단 여론의 반쪽은 확실히 먹고 들어가게 됐다.
일본 국민의 안전만을 놓고 본다면 탈원전이라는 지향점이 맞을 수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고도 아직 원전에 매달리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면 어지간해서는 반박하기도 힘들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탈원전'이 이성적 접근을 봉쇄하는 대표적인 테마라는 점이다.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을 공산이 크다. '탈원전'이라는 이상만 있고 '전력 부족'이라는 현실에 대해선 대책이 부족하다.
3월11일 대지진이 터지기 전만 해도 일본의 장기 에너지정책은 원자력발전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었다.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53%를 원자력으로 메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랬던 일본이 단 몇 달 만에 에너지 정책을 근본부터 뒤엎었다. '탈원전'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기는 한 걸까. 예를 들어 천연가스 수급 문제.간 총리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나가는 동안 천연가스를 통한 화력발전으로 원전의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노무라증권의 계산에 따르면 원전 발전량을 액화천연가스(LNG)를 통한 화력발전으로 충당할 경우 LNG의 수입량은 연간 5200만t가량 증가하게 된다. 세계 수요의 29%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조달 자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LNG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높다.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이른바 '무차별적'이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지된 원전이 재가동하지 않는 등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앞으로 10년간 매년 14조엔가량씩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임기가 '오늘내일'하는 총리가 책임지고 추진할 정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일본의 탈원전 선언은 일본 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주변국의 원전 정책과 이를 둘러싼 여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정국 돌파를 위한) 임시변통 정책이 난무하면 나라가 쇠퇴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새겨 둬야 할 경고다.
도쿄 = 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