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도입 마찰로 불거진 SC제일은행 노조의 파업이 오늘로 23일째다. 금융권에서 일어난 최장기 파업이다. 이번 파업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남자직원 평균 연봉이 8500만원이고 유급 육아휴직이 6개월이다. 2년 전 재벌닷컴이 매출 100대 기업 중 근무여건이 가장 좋은 기업으로 꼽은 은행이다. 43개 점포가 문을 닫는 파행 속에서 고객예금은 이미 1조원 넘게 이탈했다. 수익성이 시중은행 가운데 바닥에서 두 번째인 은행이 더욱 망가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의 파업은 콘도에서 벌이는 '휴양파업'이듯 경제 파급력도 크지 않고 관심 역시 낮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파업 이면에 감춰진 비정규직의 고통이다. SC제일은행 직원 6500명 중 비정규직은 1500명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정규직의 반의반 토막인 1800만원에 불과하고,노조 가입도 안 된다.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비정규직에 과부하가 걸렸고,심지어 육아휴직 중인 직원까지 동원된다는 판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와 생산성을 초과한 고임금으로 인해 생겨난 기형적 근로형태다. 정규직이 더 받겠다고 나설수록 비정규직 몫은 줄어든다.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33.8%인 577만명에 이른다. 비정규직 문제를 제쳐 놓고 공정사회와 복지를 외치는 것은 기만이다. 김황식 총리가 지난주 비정규직 차별대우 개선을 주문한 데 이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민주노총을 방문해 비정규직 문제를 거론했다. 비정규직 문제만큼은 부디 포퓰리즘이 아닌 생산성에 입각한 임금이란 원칙에 걸맞게 풀어가기를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