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업체 하림이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의 대형 닭고기업체 인수에 나서는 등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인수 작업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이 '글로벌 톱10 축산그룹'을 목표로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열리는 '앨런패밀리푸드' 공개 입찰에 참여한다고 18일 밝혔다. 앨런은 1919년 설립된 세계 18위의 닭고기 전문회사로 지난해 4530만달러(4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사료값 폭등과 유동성 위기 등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초 관할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92년 역사 美업체,하림에 러브콜

하림은 현지 법원에 경매 참여 의사를 밝힌 뒤 25일로 예정된 경매에 나서기로 했다. 당초 앨런은 경쟁업체인 '마운테어'에 보유 자산 대부분을 3000만달러에 넘길 계획이었으나 법원은 더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할 업체를 찾기 위해 경매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앨런 측은 지난 4일 자사의 재무제표를 하림과 우크라이나 축산업체 옴트론 등 두 곳에 발송해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하림과 옴트론은 올초 미국의 또 다른 닭고기 업체인 타운센즈 인수전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엔 옴트론이 좀 더 높은 가격을 써내 이겼다. 하림의 이번 인수전은 올 들어 두 번째 도전이다. 하림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임하고 있다"며 "아직은 입찰가격 등 전략을 미리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앨런은 병아리 부화 단계부터 사육,도축,가공,사료 생산까지 닭고기 사업의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한 업체다. 주당 닭 200만마리를 처리하고 완제품 480만㎏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김홍국 회장의 '글로벌 드림'

김 회장은 국내와 미국을 오가며 앨런패밀리푸드 인수 태스크포스(TF)의 준비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내에서만 싸우다보면 축산업이 발전할 수 없고 글로벌 기업에 시장을 다 내주고 말 것"이라며 "선진 축산기술을 빠르게 접목해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림이 앨런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닭고기 업체 중 처음으로 미주 지역에 본격 진출하는 기반을 닦게 된다. 하림그룹은 양돈 · 사료 계열사인 선진과 팜스코를 통해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미주 지역에는 축산 부문 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하림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양계 관련 기술과 방역 시스템은 미국보다 앞서 있다"며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과 투자를 통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