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의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직원들 사이에선 요즘 들어 "신기하다"는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자신들도 생전 처음 듣는 국내 중소기업의 이름을 대면서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 업체 담당자를 연결해달라"는 현지 바이어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KBC 관계자는 "한국에서 시개단(시장개척단)이 출발하기 전부터 바이어들 간에 업체 선점 경쟁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10여년 전부터 시개단이나 무역사절단을 조직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해온 한국무역협회나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들도 "한국 중소기업을 보는 바이어들의 눈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몸값'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현대 · 기아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이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덕분에 중소기업들도 덩달아 훈풍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박동형 KOTRA 중소기업지원처장은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얘기만 해도 바이어들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수출 상담회장에 바이어들을 '모셔오기' 위한 준비도 간소화되는 추세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10년 전엔 한 사람당 10만원이 넘는 호텔 음식을 준비해 바이어 초청 오찬을 가졌지만 요즘은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중소기업을 대하는 바이어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해서 만족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천병우 중진공 마케팅사업처 팀장은 "기술력이나 품질에 대한 바이어들의 신뢰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미국이나 일본 제품보다는 중국산과 비교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대기업의 납품업체라는 사실만 강조할 게 아니라 현지 마케팅 활동 등 자구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헌형 중기과학부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