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지방대 출신과 특성화고교 졸업자를 대거 채용하기로 한 것은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일했던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학업 · 취업 병행 교육체제 구축방안' 보고서를 빼닮았다. 당시 보고서는 '전국의 우수한 인재가 서울에 있는 기업으로만 몰리는 기형적인 취업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역 발전도 요원하다'는 내용이었다.

독일이나 스위스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에서 교육 받은 인재들이 해당 지역 기업에 취업해 성과를 내는 '선순환'을 국내에서도 확산시켜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지역인재 네트워크 살린다

산은이 대졸 공채 100명 가운데 절반인 50명 안팎을 지방대 출신으로 선발하기로 한 배경에는 개인금융 후발주자로서 지역을 잘 아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개인금융 기반을 넓히는 게 당면한 산은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1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마련한 정책을 산은에 적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수신 기반을 확충해야 하는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가장 바람직한 채용 방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에 있는 산은 점포 수는 57개에 불과하다. 산은은 하반기에 20개,내년에 30여개 점포를 전국에 개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조직개편도 예정돼 있다. 우선 호남본부와 중부본부가 신설되거나 확대 개편된다. 영남본부는 경남본부와 경북본부로 나뉜다. 지역본부 확대 개편에 맞춰 인력채용 정책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강 회장의 판단이었다.

강 회장은 "지금 필요한 인재는 머리가 좋고 감성이 풍부한 인재를 뛰어넘는 네트워크가 강력한 NQ(Network Quotient)형 인재"라며 "지역에 개설되는 점포에서 일할 수 있는 토착형 인재가 산은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대 출신 인력 채용은 권역별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광주 전남 · 북 지역영업을 총괄하게 될 신설 호남본부는 해당 지역 대학에서 추천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밀도 있는 면접 심사를 벌이게 된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서울에서 일괄적으로 선발해 지역에 내려보내면 발령을 받는 날부터 서울로 올라갈 생각만 한다"며 "앞으로는 지방대를 졸업해 지역본부에 채용된 인력도 성과를 내면 본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졸 뽑아 대학 교육까지 지원

15년간 중단됐던 고졸 출신 채용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시중 은행들이 최근 고졸 채용을 조금씩 재개하고 있지만 산은의 점포 수를 감안하면 50명을 채용하는 것은 과감한 결정이다. 현재 산은 창구직원은 245명으로 이 가운데 고졸 출신은 15.5% 수준에 불과하다.

김영기 산은 수석부행장은 "학업과 취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은행이 학비 전액을 지급해 정규 대학과정을 이수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성과를 내는 직원은 정규직으로 적극 전환하고,대학과정을 이수하면 대졸 직원과 같은 경력관리를 해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