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가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자녀들의 중학교 진학을 위해 1998년과 2002년 두 차례 주소를 실제 살지 않는 곳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사전 검증과정에서 이를 알고 있었다며 부동산투기 목적이 아닌 이상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고 여야 정치권 역시 이 점에 관해선 그냥 덮고 가려는 모양새다. 위장전입은 엄연한 실정법 위반이건만, 장 · 차관급 고위공직자들에게는 무시해도 그 뿐인 거추장스러운 시빗거리 정도로 전락해버렸다.

실제 지금 내각을 구성하는 17개 부처 장관들 가운데 4명이 위장전입을 시인했지만 거뜬히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찍이 지난해 고용노동부 장관 청문회 때부터 문제가 제기됐지만 무난히 지금에 이르고 있고 현인택 통일 · 이귀남 법무 · 유영숙 환경부 장관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범위를 넓히면 이현동 국세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등도 모두 해당된다. 위장전입은 거주지를 실제 옮기지않고 주소만 바꾸는 것으로, 현행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쌀 직불금 부정수령 같은 일도 이런 주민등록법 위반을 발판으로 해서 빚어지는 것임을 감안하면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는 물론 과거 위장전입했던 장관들 모두 지금은 이미 5년의 공소시효를 넘긴 만큼 법적 책임을 물을 방도는 없다. 그렇더라도 공직자가 법을 위반하고도 사과 한마디면 별 문제없이 장관이나 장관 부럽지않은 권력을 가진 자리로 올라가게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 공직사회의 기강이 설 리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법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국민들에게는 상실감이 더없이 클 것이다. 더구나 지금 논란인 자리는 공권력을 집행하는 검찰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