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사진)은 "휘발유 가격이 제일 높은 주유소부터 500개를 샘플링해 회계장부를 들여다보겠다"고 18일 말했다.

최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정유사와 주유소가 최근 휘발유 가격을 놓고 서로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며 "누가 옳은지 들여다보고 주유소 유통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감시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장관은 "주유소 샘플링은 단속이 아니라 서베이(조사)차원"이라면서도 "(정유사들이 공급가격을 ℓ당 100원 할인했을 때)기름값이 (그보다)덜 내린 만큼 이번에도 주유소 가격이 덜 올라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정유사들이 최근 공급가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음에도 기름값이 급격히 오르는 데 대해 주유소 유통과정을 집중 점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 가격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은 지난 6월 셋째주 ℓ당 1784원18전에서 7월 첫째주 1761원75전으로 22원 이상 내렸다. 그러나 주유소 판매가격은 6월 넷째주 1918원42전에서 7월 둘째주 1927원34전으로 8원 이상 올랐다.

정유사 공급가는 통상 1주일 뒤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된다. 이에 대해 주유소들은 "정유사에서 실제 공급받는 기름값은 오피넷에 공개되는 가격보다 비싸다"며 반발해 정유사와 주유소 간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최 장관은 '정부도 유류세나 할당관세 인하 등 성의 표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생각도 그렇다"며 "할당관세 인하에 따른 기름값 인하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국민 정서를 감안해 성의표시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과 관련해선 "어느 정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현재 거시경제를 비롯해 유가 세계경제 물가 등 여러 불확실성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최근 환율 하락과 관련해선 "원 · 달러 환율이 1060원 안팎으로 내려갔는데 사실 중소 수출업체들이 어렵다고 얘기를 많이 한다"며 "환율을 내려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유통과정을 보면 순진무구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원재료 수입부터 최종 소비단계까지 유통 과정이 복잡해 환율이 떨어져도 물가가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