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자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곧 '19년 후'라는 자막과 함께 해리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가 다시 나타났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소년이 아니라 어색한 중년의 해리포터가 아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2' 마지막 장면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선이 악을 이긴다는 식상한 줄거리와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가정을 이룬 아버지가 됐다는 뻔한 결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조앤 롤링(사진)이라는 평범한 여성 한 명의 꿈과 상상력에 할리우드의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새로 쓰고 있는 기록들

'죽음의 성물2'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전 세계 61개 국에서 차례로 개봉됐다. 외신들은 첫 주 수입만 4억7560만달러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는 2주 전 '트랜스포머3'가 세운 첫 주 흥행기록(4억1600만달러)을 단숨에 넘어선 것이다. 북미지역에서만도 첫 주말(금~일요일) 1만1000개 스크린에 걸리며 1억686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1억5840만달러를 벌어들인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를 넘어선 것이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가 벌어들인 수입은 64억달러였으며 종결편까지 포함하면 74억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해리포터의 브랜드 가치는 이미 150억달러를 돌파, 영화로 제작된 지 10년 만에 나이키(137억달러 · 2009년 기준)를 추월했다는 평가다. 원작자인 롤링의 재산은 1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영화산업 일자리가 늘고 런던이 영화제작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며 "워너브러더스가 해리포터 영화 제작을 위해 그동안 영국에 투자한 돈은 19억파운드(3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2400달러로 시작된 프로젝트.

1995년 가난한 작가 롤링이 블룸스베리라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을 때 받은 선불금은 고작 2400달러였다. 초판은 500부밖에 찍지 않았다. 1997년 해리포터가 출간되자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은 미국의 출판업자 아서 레빈이었다. 레빈은 10만5000달러에 판권을 사들였다. 미국식 마케팅이 뒤를 이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틀스 성공 스토리의 부활'이라고 평가하는 배경이다. 영국의 콘텐츠와 미국의 마케팅이 결합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2000년 해리포터 시리즈 네 번째인 '해리포터와 불의잔' 출간 때 페덱스 트럭 9000대에 실어 세계로 보내는 모습을 연출한 게 대표적이다. 해리포터 박물관 개관 때는 단 7명의 해리포터 마니아들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전 세계 3억5000만명에게 전달됐다.

워너브러더스에 "해리포터는 불후의 자산"(배리 메이어 워너브러더스 회장)이 됐다. 영화가 촬영된 런던 스튜디오를 지난해 초 인수한 워너브러더스는 내년 4월까지 박물관 스타일의 관광 명소로 재단장하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문을 연 해리포터 테마파크를 다른 나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콘텐츠 1인 기업이 만든 마술은 미 최고의 영화사를 통해 계속될 전망이다.

유재혁/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