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의 힘은 이처럼 무한하다. 파급력은 더하다. '반지의 제왕'은 영국엔 저작권료,미국엔 영화 판매 수입,뉴질랜드엔 관광객 증대 효과를 가져다줬다. '트랜스포머' 덕에 쉐보레 자동차 판매가 급증한다는 가운데 '해리 포터'시리즈는 상영 중인 종결편(8편)까지 더하면 총 74억달러(7조8000억원)의 수입을 거둘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문화 한류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한류 바람이 분 건 2000년.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H.O.T 공연과 보아의 일본 진출이 시작이었다. 한류는'겨울연가''대장금'같은 드라마로 이어졌다. 덕분에 관광객은 몰려오고 베트남과 중국에선 한국산 화장품,이라크와 이란 등에선 가전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드라마 인기가 주춤하면서 가라앉는 듯하던 한류는 K팝으로 되살아났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에 이어 지난 6월10일과 11일 'SM타운 라이브'의 파리 공연이 성황을 이루면서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K팝 공연을 요구하는'플래시몹'이 성행한다고 할 정도다. 바람은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에도 분다. '뽀로로'는 세계 110개국에 수출된 데다 연간 로열티만 120억원에 이른다는 마당이다.
놀라운 성과는 거저 생긴 게 아니라 20년 가까운 투자의 결과다. 정부는 1994년 문화부에 문화산업국을 신설한 뒤 2000년까지 문화산업진흥기본법 등 관련법을 제정하거나 정비했고,계속해서 게임과 애니메이션 및 영화산업 중장기 발전 전략을 내놨다. 여기에 방송사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 같은 이도 뛰었다. 국가적인 인프라 구축에 민간의 노력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에 따르면 한류를 중심으로 한 우리 문화콘텐츠의 온도는 현재 섭씨 99도다. 1도만 더해주면 끓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는 사회통합 · 외교 · 교육 · 복지 · 경제 등 모든 면에서 계산하기 힘든 유 · 무형의 가치를 갖는 만큼 예산을 2%만 늘려주면 20%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도 한다.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1조3200억달러로 자동차(1조2000억달러)와 정보기술(8000억달러) 부문을 뛰어넘는다. 연평균 성장률도 5%대다. 이런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올해 문화부 재정은 기금을 포함해 3조4557억원.정부 재정의 1.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문화 재정의 절반밖에 안된다. 그나마 콘텐츠 분야는 관광(9207억원)과 체육(7797억원)보다 훨씬 적은 4868억원으로 '아바타' 제작비(53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콘텐츠가 국가적 성장동력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재정 투자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건 문화에 대한 낡은 인식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산업은 고용유발 면에서 제조업에 앞선다. 10억원 투자 대비 효과만 해도 자동차는 7.54명,문화산업은 12.11명이다. 특히 20~30대가 80%를 차지한다.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드라마에서 K팝으로 진화한 한류가 세계시장을 휘어잡자면 발상의 전환이 절대적이다. 재정을 확대,80%가 넘는 영세 콘텐츠 제작사를 지원하고 스토리의 바탕인 글값을 올려주는 한편 기획 제작 및 지식재산권 획득과정을 R&D로 인정하는 개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K팝 돌풍의 주역 이수만 대표가 1997년 다짐했다는 말은 지금 우리 정부에도 유효할 게 틀림없다. "혼자 꿈꾸면 한낱 꿈이지만 모두가 꿈꾸면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다. "
박성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