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장보러 가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서민 살림살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채소 가공식품 삼겹살 등의 식탁물가가 급등한 탓이다.

지난주까지 3주일째 이어진 장맛비로 인해 채소값은 상추 배추 등을 중심으로 한 달 사이에 최고 5배로 뛰었다. 두 배가량 오른 품목은 부지기수다. 장마는 그쳤지만 작년처럼 무더위가 장기화되면 밭 채소가 짓물러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식품가격은 한 단계 더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긴 장마에 채소값 뜀박질

지난달 하순부터 이어진 장마로 인해 저장하기 어려운 경엽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18일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조사한 상추(적엽) 4㎏은 4만5400원으로 한 달 전(8950원)에 비해 5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상 기후로 인해 가격이 비쌌던 작년 이맘때(1만3417원)보다도 3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애호박 8㎏ 도매가격도 2만7000원으로 1개월 사이에 106.8%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배추도 91.0% 올라 ㎏당 64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청양고추 10㎏도 7만4200원으로 69.0% 비싸졌다.

2차 가공식품 가격에 많은 영향을 주는 콩 녹두 돼지고기 마늘 등의 가격도 작년에 비해 높은 시세가 이어지고 있다. 콩 국산백태 품목 35㎏ 도매가격은 24만6866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3.1%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최근 5년치를 평균한 평년가격(12만4283원)보다는 2배나 비싸다. 콩값의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풀무원 CJ제일제당 대상 등은 올 상반기 두부값을 일제히 인상했다.

숙주나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녹두 40㎏도 49만원으로 평년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으며,마늘도 난지형 20㎏(8만1400원)이 평년에 비해 115%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육류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돼지고기 가격도 1년 전에 비해 40% 이상 올랐다.

◆무더위 장기화 땐 치명타 우려

최근 채소값 상승은 폭우로 인해 산지 출하작업이 어려워진 데다 일부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면서 생산량이 감소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농협 관계자는 "채소는 시원한 상태에서 잘 자라는 만큼 비 때문에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진 않는다"며 "이제 무더위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채소 작황은 무더위가 얼마나 맹위를 떨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관계자는 "장마 이후 습기가 많은 날씨에 장기간 더위가 계속된다면 채소 상품성이 저하되고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배추 무 등 주요 채소값이 급등한 것은 무더위로 인해 채소 속이 물러지면서 상품성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너무 더워지면 닭이 낳는 달걀 수도 줄어들게 된다"고 전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