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대변혁 이끌 QWL 시동] 공단내 문화시설 '제로'·대중교통 '열악'…젊은 근로자 취업 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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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업단지 이대론 안된다
대부분 자가용 출·퇴근…공단 전체가 주차장
원룸 등 주거시설 태부족…시설도 노후화
대부분 자가용 출·퇴근…공단 전체가 주차장
원룸 등 주거시설 태부족…시설도 노후화
산업단지는 경제의 등뼈다. 국내 생산 · 수출 · 고용의 상당 부분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그동안 산업단지는 생산기지 역할만 담당해왔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단지인 반월 · 시화의 경우 입주 기업이 1만4192개에 달한다. 지난해 생산액은 60조원,수출액은 92억달러에 이른다. 6152개사가 입주한 남동산단의 생산액은 20조원,수출액은 33억달러였다. 이들 지역의 생산과 수출액은 최근 5년 새 50~100% 증가했다.
하지만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 젊은 근로자들이 오질 않기 때문이다. 건물은 노후화하고 근로자들은 노쇠화하고 있다. 상당수 업체의 근로자 연령이 40~50대에 이른다. 남동산단 도금단지의 주력 근로자층은 50대에서 70대다.
◆기혼여성 관심 어린이집 태부족
기혼 여성 근로자의 최대 관심사는 육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린이집이 직장 근처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점심시간이나 야근할 때 틈틈이 아기를 돌볼 수 있다.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근로자의 퇴직 사유 가운데 육아문제가 10%를 넘는다.
특히 산업단지에는 어린이집이 크게 부족하다. 반월단지에는 아예 공립 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다. 시화산업단지나 남동산업단지도 한 곳씩에 불과하다.
반월산단 내 여성 근로자인 K씨는 "집 근처에 맡겨두면 하루종일 아이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며 "직장 근처에 어린이집이 있어야 틈틈이 볼 수 있고 마음도 안정되는데 반월단지는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사내 어린이집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 소재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는 사내 어린이집이 많지만 반월이나 시화 남동산업단지 중소기업의 경우 자체 어린이집을 설립할 여력이 없어 단지 내 공립 어린이집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여성 근로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깨끗한 오피스텔 거의 없어
반월이나 시회산업단지의 경우 단지 내 오피스텔이나 깨끗한 원룸도 거의 없다. 안산시 중심부나 원곡동 등지엔 이런 시설이 더러 있지만 낡은 곳이 많은 데다 외국인 집단 거주지여서 내국인이 들어가길 꺼린다.
그래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1시간~1시간30분 정도의 먼거리에서 매일 통근한다. 출퇴근 시간만 왕복 2~3시간 걸리는 것이다.
반월공단에서 2년 동안 근무했던 차지혜 씨의 경우 서울 신림동에서 통근하는 데 하루 3시간을 소비했다. 야근하는 날에는 컴컴한 산업단지 내에서 직장동료의 차를 얻어타야 겨우 전철역(안산역)까지 나갈 수 있었다. 단지 내에 깨끗한 오피스텔이나 원룸이 있을 경우 주중에는 이곳에서 생활하고 주말에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근로자들이 꽤 된다. 특히 통근거리가 먼 근로자들은 이런 욕구가 강하다.
출퇴근으로 파김치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택시비 등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한 대중교통
반월 시화 남동산업단지는 인근까지 전철이 들어간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전철역에서 내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20~30분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빙글빙글 돌아가기 때문에 언제 회사에 도착할지 장담할 수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코앞에 있는 회사까지 가는 데 1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다. 넉넉하지 못한 월급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산업단지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면도로는 물론 인도까지 차가 점령한 곳이 많다. 남동공단 주물업체의 L사장은 "도로가 근로자나 방문자 차량으로 가득 차 있어 트럭이 진입하기 힘들고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나들목은 항상 차량 정체 현상을 겪는다"고 말했다.
◆젊은이들 산업단지 근무 기피
문화공간도 거의 없다. 친구가 찾아와도 대화를 나눌 곳이 없다. 이런 현상이 겹치다 보니 젊은이들 가운데선 산업단지 기피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도무지 근로자로서 프라이드를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박봉규 산단공 이사장은 "이런 식으로 가면 산업단지의 지속 성장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이유로 단지 시설을 개선하고 문화와 복지 · 교육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만 하는 곳에서 일터 · 즐김터 · 배움터 3박자를 갖춘 단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지식경제부와 산단공이 추진 중인 'QWL사업'의 핵심이다.
☞ QWL
Quality of Working Life.'근로생활의 질'이라는 뜻이다. 일터에서 단조로운 노동만 하는 게 아니라 정신적인 풍요까지 향유하자는 운동이다. 이를 위해 1973년 국제QWL위원회가 발족했다. 국내에서는 산업단지를 일터 · 배움터 · 즐김터로 바꾸려는 운동 및 정책을 의미한다.
반월 · 시화 · 남동산단=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