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마케팅] 평창 동계올림픽이 온다…기업들도 다 함께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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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미국법인은 지난달 미국 프로농구(NBA) 차세대 스타인 블레이크 그리핀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핀은 올 2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올스타전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NBA 공식 스폰서인 기아차 '옵티마(K5)'를 코트에 세워놓고,이를 뛰어넘는 덩크슛 묘기로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이날 행사는 각종 소셜미디어와 스포츠 관련 현지 언론에서 화젯거리가 됐다. 덕분에 '옵티마'에 대한 문의가 폭증했고,기아차 미국법인은 그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그리핀을 후원 대상으로 낙점했다.
인도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요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스포츠다. 그중에서 크리켓에 관심이 쏠려 있다. LG전자와 일본 혼다가 크리켓 경기의 주요 스폰서로 경쟁하고 있을 정도다. 인도에서 유일하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피치그룹의 전망에 따르면 인도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스포츠 마케팅 시장 규모도 매년 25%씩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 전쟁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스포츠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월드컵,올림픽,미식축구,골프 등 전 세계 스포츠 광팬들을 사로잡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기업들은 후원사가 되려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그들은 왜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에 열광하며,그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스포츠 마케팅과 관련한 기업의 투자가 장기적인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뚜렷하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투자 실패는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기업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대형 스포츠 행사에 자기 이름을 넣고 싶어한다.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매출이 70% 가까이 늘었다. 2002년 한 · 일 월드컵을 치를 땐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정보기술(IT) 100대 기업 순위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노키아의 아성이던 유럽에서 삼성전자 휴대폰이 날개 돗친 듯 팔린 데에는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의 간판팀 첼시를 후원한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의 일본 시장 인지도는 월드컵을 전후해 32%에서 67%로 뛰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기업들이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평창동계올림픽으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져 100대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가 1%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100억달러(약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거는 기대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유는 해외 시장에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인 제품 홍보보다는 스포츠를 통한 간접 홍보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각국의 스포츠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스포츠 마케팅의 중요성을 높여준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중국 내 스포츠 관련 지출은 미국의 절반 수준인 연간 2조위안으로 추산될 정도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2020년까지 중국 인구의 40%가 스포츠 활동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스포츠 저변 확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스포츠만큼 유용한 것도 드물다. 193개국에 중계되고 갤러리만 20만명에 달하는 '디 오픈'을 후원하는 두산그룹이 좋은 예다.
국내 기업들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선진 시장 진입을 위한 마케팅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삼성전자다. 1997년부터 올림픽 무선통신 기기 부문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이점을 톡톡히 살린다는 전략이다.
평창 유치를 측면 지원해온 현대자동차그룹은 동계 스포츠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김연아 선수를 후원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이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선 한진그룹도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대한항공은 최근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실업팀을 창단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