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한 부자가 있었다. 그는 마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다. 경조사에는 뒷짐만 짓지 않았고 자금이 부족하면 기꺼이 돈을 내 놓았으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마을을 위해 돈을 쓰는 그런 아버지가 아들은 못마땅했다. 돌려받지도 못할 돈을 왜 쓸데없이 쓰냐며. 아들의 푸념에 부자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쓸데없는 돈은 없다. 나에게서 나간 돈은 다 쓸데가 있는 돈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게 될 것이다.”

그 후 부자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은 물려받은 재산으로 도시로 나가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재(理財)에 밝지 못한 아들은 몇 년 못가 가진 재산을 모두 날려버렸다. 빈털터리로 고향에 다시 돌아온 아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마을사람들이 십시일반을 도와주었고, 그 덕에 아들은 고향에 정착해 살 수 있게 되었다. 과거 부자의 도움을 받은 많은 마을사람들이 아들에게 그 은혜를 보답했고, 부자는 재산을 지킬 능력이 안 되는 아들을 위해 생전에 미리 작업을 해 놓은 것이다.

부자와 보통사람과의 차이 중 하나는 부자들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돈을 쓰지만, 보통사람은 당장 필요해야 돈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남들이 볼 때는 부자가 쓸데없는 곳에 투자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세월이 지나면 쓸데없이 사용한 그 돈이 큰 효과를 나타낸다. 쓸데없을 때가 가장 필요한 때임을 부자는 아는 것이다.

쓰는 사람이 쓸데없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그 돈은 그런 돈이 된다. 그러나 받는 사람이 가치를 부여하면 그런 돈도 쓸모 있는 돈이 되는 것이다. 쓸모유무를 인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최소한 쓰면서 쓸데없는 돈은 아니라고 생각은 해야 한다.

일본의 한 회사는 직원들이 고객과 식사를 할 때에는 싸구려 음식을 먹지 않도록 했다. 직원끼리 먹는 밥이야 그저 평범한 밥에 불과하지만, 고객과 함께 하는 식사는 수억, 수십 억 의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도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낄 돈은 아껴야 하지만 써야 할 돈에 대해서 인색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회장과 신문사 경제부기자 A는 고향친구사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에게 회장은 매달 얼마씩 돈을 주었다. 5년이 지나고 어느 날 더 이상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A가 비서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회장님이 그동안 생활비를 충분히 주었으니 이제 그만 주라”고 했다고 한다. 회장이 자기를 생활비를 주는 일방적인 관계로 생각했다는 사실에 A는 무척 섭섭했다. 비록 회장의 돈은 받았지만 때때로 회사를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그 덕분에 지금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A는 회장의 도움이 없어도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은 없으며, 단지 돈 때문에 회장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준 것이 아니었다. 친구로서 대하지 않은 회장을 위해 A도 더 이상 친구로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회장과 연락을 끊었다. 그 후 그 기업은 경영이 예전 같지 않았다고 한다. 그 기업의 성장이 반드시 친구 때문은 아니나, 때때로 주는 친구의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돈은 없으며, 세상을 도는 순간 쓸모 있는 돈이 되는 것이다. 부자가 되는 것도 이런 한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쓸데없는 돈을 많이 사용하면 부자가 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가는 돈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부자가 될 수는 없다. (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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