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디지털밸리는 기존 산업단지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967년 1단지 준공과 더불어 시작된 이 단지는 섬유 봉제 전자부품의 메카였다. 당시 공장 건물들은 대부분 단층이나 2층이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입주 업체는 712개에 불과했고 고용 인원은 3만2958명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입주 기업은 1만25개로 10년 새 14배 늘었고 고용 인원은 12만3596명으로 3.75배 증가했다. 한때 섬유산업 침체로 공동화의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정보기술(IT) 전자 등 첨단 업종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활기찬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평균 20대와 30대인 근로자들의 옷은 화려하다. 단층 공장은 20여층 높이의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공장)로 변했고 곳곳에 영어학원 커피숍 헬스클럽 은행이 들어서 있다.

1층의 탁트인 중정은 공연장으로 안성맞춤이어서 주말엔 곳곳에서 라이브 연주가 이어진다.

구로공단이 구로디지털밸리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하게 규제를 푼 덕분이다. 구로디지털밸리에는 현재 103개의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이 센터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 산하 기관만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규제를 없애자 에이스 대륭 우림 등 민간 건설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건물이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했다. IT 소프트웨어 등은 입주가 불가능했으나 이런 업종도 들어올 수 있게 규제가 완화됐다.

중심 도로의 교통난이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곳은 IT융합 산업단지의 요람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구로밸리=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