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4기'로 한국 최고에 오른 와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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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정부 주최 한국소믈리에대회 우승자 이승훈 씨
"한국에서 1등을 했으니 이제 세계에서 손꼽히는 소믈리에가 되겠습니다. "
프랑스 농식품수산부(MAAP)가 최근 주최한 '제10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영예의 우승을 차지한 소믈리에 이승훈 씨(32 · 사진)는 18일 이같이 밝혔다. 국내 최고의 소믈리에를 가리는 권위있는 이번 대회에는 200여명이 출전해 1차 필기시험과 2차 서비스 실기, 최종 결선을 거쳐 우승자를 가렸다.
"우승까지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2007년부터 4년 연속 도전했지요. 2009년,작년엔 결선까지 갔지만 고배를 마셨습니다. 서울에 쟁쟁한 실력자들이 많은데 부산에서 한국 최고에 도전하는 것은 힘들다고 그만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죠.정말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반드시 해내야겠다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
그는 과거 3년 동안 우승 도전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정해진 시간 내에 와인 맛과 특성,연도 등을 알아내고,손님들에게 서비스하는 방식을 집중 연습했다. 영어 또는 프랑스어로 심사관에게 설명해야 하는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하루 3시간 이상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동아대 국제관광통상학과를 나온 이씨는 부산 대연동 경성대 앞에서 와인&다인 레스토랑 '비나포(음식이 있는 포도원)'를 운영하고 있다. 우수한 소믈리에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2009년부터 양산대와 울산과학대 등에서 와인과 관광 관련 강의를 맡았다. 프랑스 보르도와인협회가 인증한 강사 자격증도 따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1년쯤 하다 호텔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던 아내를 만나 2005년 결혼하면서 함께 '소믈리에'를 해보자고 의기투합했죠.2006년 다른 외식업도 해봤지만 장사가 시원치 않아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와인 공부에 집중한 뒤 2007년 레스토랑 문을 열었습니다. "
이씨는 2008년 프랑스 론에 있는 와인 전문교육기관인 '뒤벵대'에서 한 달 동안 공부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끝나고 열린 남아공 소믈리에 대회에 참가,외국 소믈리에들을 물리치고 우승하기도 했다.
"와인을 따를 때 손님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음식에 맞춰 와인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와인에 맞춰 스테이크와 피자,파스타 등 음식을 손님들에게 권하기도 합니다. 음식전문가에게 칼질부터 시작해 조리법과 음식선택법을 배운 덕분이죠."
그는 소믈리에는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열리면 와인이 본격적으로 서민생활에 파고들 것이고,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낮아지면서 와인가격도 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평창 동계올림픽 등을 통해 와인문화가 정착될 것"이라며 "소믈리에는 처음에 돈벌이가 쉽진 않지만 한고비만 넘기면 수입도 괜찮고,가르칠 수도 있는 좋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