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거래소를 설립해 '탄소 거래의 아버지'라 불리는 리처드 샌더 기후변화거래소(Climate Exchange PLC) 창업자(70 · 사진)가 이번에는 물 거래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물도 금,은,석유와 같이 활발히 거래되는 상품으로 부상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샌더 창업자는 미국,캐나다의 일부 지역에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 기법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998년 설립한 벤처기업 환경금융상품(Environmental Financial Products)을 통해서다. 그는 5명의 직원을 고용해 미국 뉴멕시코,캐나다 앨버타 등 물 부족 지역에서 물 거래소 사업을 벌이는 것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샌더 창업자는 미국 버클리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1970년대 금리나 담보대출 같은 무형의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현실화한 인물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며 금리선물 상품을 개발해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이 같은 경험을 환경 보전에 활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시장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1997년 교토의정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샌더 창업자는 교토의정서가 발효되자 미국에서도 탄소배출권 거래 붐이 일 것으로 판단하고 2000년대 초 시카고기후거래소를 설립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기업들의 반대에 부딪쳐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하면서 원대한 사업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시카고기후거래소를 자발적인 참여 기업들의 거래 시장으로 변신시켰다. 이후 런던에 유럽기후거래소를 설립,유럽에서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유럽기후거래소와 시카고기후거래소를 운영하는 기후변화거래소를 인터콘티넨털거래소(ICE)에 5억9700만달러에 매각했다.

환경과 금융을 연계시키려는 샌더 창업자의 노력은 물 거래소 사업을 통해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물은 21세기의 상품이 될 것"이라며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물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가격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샌더 창업자는 일단 하나의 다국적 거래소를 설립하는 대신 몇 개의 작은 지역 거래소를 세우는 방식으로 물 거래소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그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에서 물을 관리하는 용수권을 거래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복잡한 법체계 등으로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샌더 창업자는 그러나 "이 분야는 1970년대 막 개발을 시작했을 당시의 채권선물 시장과 비슷하다"며 성공을 낙관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