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은 한국 사람들에게 다른 연안지역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지리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는데다 두드러진 교류 사례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둥성은 전 세계 화교의 본고장으로,중국의 31개 성시(省市) 중에서도 다양한 의미를 지닌 지역으로 꼽힌다.

광둥은 중국 개혁 · 개방의 특구도시인 선전을 끼고 있으며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2%,수출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중국의 공장'이다. 해마다 1000억달러가 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액의 4분의 1은 광둥으로 유입되고 있으며,1인당 소득이 1만달러 이상인 도시가 가장 많은 부유한 성(省)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분포돼 있는 화교의 절반은 광둥 출신이고,홍콩과 마카오도 지리적으로는 광둥의 일부분으로 광둥을 기반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정부는 향후 이들 지역을 통합하는 거대한 경제통합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인프라 건설에도 나서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공장은 중국이지만,그 안을 들여다보면 중국의 상당수 주요 공장은 광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광둥에는 정보기술(IT) 및 전기 · 전자,자동차 및 부품,조명,가구,도자기 및 위생용품,의류 등 수많은 업종의 생산기지와 이를 뒷받침해 주는 부품소재 단지들이 형성돼 있다.

거대한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해오던 광둥은 중국 내륙지역 개발과 시장 확대에 따라 물류와 유통의 중심거점으로도 점차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또 전 세계 구매자들에게는 제품 소싱(sourcing)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도 담당한다. 세계 최대 규모 전시회인 '광저우 수출입교역회'를 비롯한 각종 전시회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바이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우리에게는 '캔톤 페어Canton Fair)'로 더 잘 알려진 광저우 수출입교역회에는 매회 약 190여개 국가에서 20여만명의 바이어들이 몰려와 행사기간 동안 300억달러 이상의 구매계약을 체결한다. KOTRA에서도 매회 단일 박람회로는 가장 큰 규모의 한국관을 구성,국내 중소기업의 중국시장 진출뿐 아니라 전 세계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거대한 생산거점으로서 광둥의 비교우위를 활용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도 IT 및 전자부문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찍부터 광둥에 진출해 왔다. 우리나라 의류업체들도 저렴한 원부자재와 봉제공장을 이용하기 위해 광저우에 대거 진출,'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 의류를 중심으로 수출과 중국 내수시장 개척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광둥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이에 대한 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광둥어로 방송되는 여러 개의 방송채널을 표준어로 전환하려고 했을 때,광둥 사람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포기한 사례도 있다. 광둥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중국 표준어 이외에 광둥어로 몇 마디 정도는 할 수 있어야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고,마음을 열고 비즈니스를 논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개인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거대한 국토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을 이제는 한 나라로서가 아니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옥영재 KOTRA 광저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