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업황 전망] 규제ㆍ藥價 인하 리스크 지속…바이오ㆍ전문의약품에 강한 제약사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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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업황 전망 신지원 미래에셋 증권 연구원
국내 대형 제약회사들은 강도 높은 규제 사이클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주가는 전 세계 헬스케어 회사들의 평균상승률을 크게 밑돌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섹터 내 150여개 주요회사들의 사업특성을 구분한 뒤 그룹별로 주가 움직임을 비교 점검한 결과다.
헬스케어 종목의 올 상반기 주가는 '혈장분획제제 연관 업체군〉진단업체군〉의료기기 연관 업체군〉바이오텍 업체군'순서로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전통적인 강자 화이자와 머크 등을 제치고 스페셜티 파마(specialty phama,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춘 제약사)군으로 분류되는 박스터 그리폴스 바이오젠과 같은 회사들이 눈에 띄는 선전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올 상반기 중 다국적 거대 제약사인 '빅 파마'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프리미엄의 하락이 두드러졌고,국내 대형제약사들의 밸류에이션 하락 또한 뚜렷하다.
이들에게서 찾아낼 수 있는 공통분모는 규제 사이클이다. 2010년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와 '쌍벌제'로 촉발된 강도 높은 규제 환경이 내수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사들의 실적을 크게 둔화시켰다.
주요 제약사별 원외처방액 증가율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등 올 상반기에는 제약사들의 저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기에다 최근 거론되는 약가제도의 개편이 단행될 경우 앞으로 오리지널과 제네릭(복제의약품) 약가 인하 폭이 확대될 수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제약업종 전반에 만연한 불확실성의 핵심은 가격통제 위주 정책에서 촉발되는 약가 인하 리스크다. 정책산업인 만큼 제약업황을 이해하려면 보건정책이라는 큰 틀의 시각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조2994억원까지 확대된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업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연간 추정 약제비는 11조6546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2.2% 늘었다. 2008년 증가율 9.1%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총진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약제비 비율도 29.56%로 8년래 최고다. 약가 인하정책의 강도가 약해지길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2006년 '5 · 3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본격화된 이후 보건정책은 기등재목록정비 사업,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쌍벌제 등으로 이어지며 규제를 강화해 왔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신(新) 약가제도 역시 약제비 효율화를 위한 규제가 주류여서 제약사들로서는 부담스런 사안이다. 이 같은 내수시장의 강도 높은 규제 리스크를 극복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신약개발능력에 기반한 수출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
따라서 해외시장에서 요구하는 품목에 대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거나,약가 인하 관련 리스크에 대한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바이오의약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제약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시점이다. 부담스러운 규제 변화의 파고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전문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부문에서 강점을 보유한 회사들에 주목해야 한다.
블록버스터급 합성의약품의 잇따른 특허만료 이후로 바이오의약 업종이 약진하고 있다. 2009년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 헬스케어업체들 간 합종연횡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의 높아지는 관심과 글로벌 제약업계의 지형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다.
화학적 합성의약품으로 대변되는 전통 제약의 강자 화이자와 머크의 메가 딜을 시작으로 전 세계 제약업계에서는 바이오의약으로의 영역확장을 시사하는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의약개발의 진화국면을 주도하는 변화의 중심에는 바이오제품이 자리잡고 있다. 전 세계 헬스케어 섹터 내 스페셜티 파마들의 강세 현상은 한국 제약업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제약산업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규제 리스크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이클에 힘입은 의약품 구매확대와 이에 따른 시장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추세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약가 인하의 부담을 상쇄해 주는 요인이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에 기반한 수출경쟁력을 갖추고 우수한 연구개발(R&D) 능력을 보유한 제약사는 앞으로 그 성장잠재력에 상응하는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적용받게 될 것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섹터 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형변화가 시사하는 함의는 한국 제약사들의 미래를 판단하는 데도 유효한 잣대로 활용될 수 있다.
jh.choi@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