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신규고용 수치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6월 신규고용이 1만8000명에 불과하다는 발표에 월가의 어떤 이코노미스트는 숫자가 잘못 인쇄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초 시장은 최소 10만명 이상의 신규고용을 예상했었다.

미 고용시장은 5월과 6월 연속으로 끔찍한 지표를 내놨다. 5월 신규고용은 당초 잠정치 5만40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하향 수정됐다. 정리하자면 신규고용은 5월이 2만5000명,6월이 1만8000명이다. 약 1억3100만명에 달하는 미국 전체 고용시장 규모와 설문 과정에서의 오차를 감안하면 이 정도 수치는 월간 신규고용이 거의 제로(0)에 가깝다는 뜻이다.

만약 미국의 실업률이 5%대라면 이 정도의 고용지표는 우려는 낳겠지만 그래도 용인할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실업률이 9%대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최근의 수치는 재앙에 가깝다. 고용시장을 좀 더 큰 그림으로 바라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6월 미국 취업률은 58.2%로 정부가 경기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공식 선언했던 2009년 6월의 59.4%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전체 실업자 가운데 6개월 이상 직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44.4%에 달한다. 이 밖에도 우울한 수치는 많다.


이런 모든 징후들이 국가적 고용위기를 설명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용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들이 진지하게 고용창출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들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나 하겠는가. 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거의 매일 들린다. 하지만 그런 정책은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없애는 것이다. '큰 정부'나 사회주의적 정책이란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공공부문 고용 조차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개월 동안 민간부문에선 13만명의 새 일자리가 생겼지만 정부부문에선 8만7000명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최근 2년으로 확대해보면 공공부문에서 52만2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고용창출 없는 경제 회복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중요한 것은 상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8월 초에 국가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실패한다면 행정부는 지출의 40~45%를 즉시 삭감해야 한다. 연방정부 지출 감소분은 국내총생산(GDP)의 10~11%에 해당한다. 이 정도의 감축이 일정 기간 지속되면 더 심각한 침체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금융시장의 패닉이 뒤따를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 시장은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에 어떻게든 합의할 것으로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합의에 실패한다면 엄청난 충격파가 불가피하다. 쇼크에 빠진 시장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 패닉으로 발전한다. 공포에 질린 시장은 경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다.

부채한도 증액 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그건 어디까지나 현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의 이슈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고용을 창출하는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다. 먼저 두 가지 사실을 인정하고 논의를 시작하자.우선 마법과 같이 완벽한 해법은 없다. 어떤 정책도 실업이라는 큰 구멍을 한 번에 메울 수는 없다. 우리는 치유책이 아니라 완화책을 얘기하고 있다.

둘째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고용을 창출하려면 세금 축소든 더 많은 지출이든 어쨌거나 돈이 든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예산 지출없이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만 지금처럼 금리가 제로(0)에 가까운 상황에서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만약 백악관과 의회가 다른 것을 모두 제쳐두고 재정적자 감축에만 매달린다면 돌파구는 없다. 따라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법안은 지금 당장 만들되 실행은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자리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지난 수년간 많은 경제학자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법으로 세금감면을 주장해 왔다. 세부 방안에서는 다양한 유형이 있겠지만,기본 골격은 기업이 고용을 늘리도록 세제상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가령 새 일자리로 지출하는 급여의 1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아마 공화당원들은 이런 아이디어를 환영할 것이라고 독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결국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면 민간부문에서 고용이 활성화될 것이란 점에서다. 하지만 공화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필자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들은 '좌파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따라서 현재 정치 상황을 감안해 약간 변형된 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낮은 세율로 본국으로 가져올 수 있는 면세기간(tax holiday) 제도를 선호한다. 그들은 이렇게 해외 이익을 국내로 가져오면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2004년에도 면세기간을 적용한 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장담한 대로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면세기간 제도는 고용 창출을 위한 세금 감면과 적절히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이 신규 고용분만큼만 해외에서 이익을 초저세율로 가져올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가정해보자.현재 기업이 해외 이익을 가져올 때 붙는 세율은 35%다. 기업이 새 일자리 창출에 투입한 비용분과 같은 규모의 이익에 한해서는 세율을 5~10% 수준으로 대폭 낮춰주는 것은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이 방법은 적용 절차가 간단할 뿐 아니라 기업이 허위로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더 나은 아이디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다.

정리=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