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자마자 전국에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다. 19일 서울 낮 최고 33도를 비롯 전날에 이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올 여름엔 예년에 비해 훨씬 길고 무더운 '슈퍼폭염'이 찾아올 것이란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30년래 두 번째로 많은 비를 뿌렸던 마라톤 장마와 함께 슈퍼폭염이 닥친 원인은 예년에 비해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이변 주범,북태평양 고기압

북태평양 고기압은 대개 7월 중순께 한반도 이남까지 올라오지만 올해는 보름 정도 이른 지난달 말에 도달했다. 따뜻한 해수면 온도로 인해 힘을 받으면서 세력도 예년에 비해 훨씬 강하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은 대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는 일본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어 장마전선이 한반도 이남에 위치했다"며 "그러나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중심세력이 일찍부터 일본에 자리잡고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머물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장마가 끝난 이유도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더욱 강해지면서 한반도에 많은 비를 뿌렸던 장마전선을 한반도 북부 지방으로 밀어올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북태평양 고기압의 중심세력이 한반도에 자리잡으면서 전국이 폭염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제6호 태풍 '망온'이 일본을 향해 접근하면서 일으킨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고온 다습한 바람으로 바뀌는 푄현상도 무더위를 가중시켰다.

기상청은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예년에 비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3도에 육박한 것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이 30도를 넘는 무더위에 시달렸다. 기상청은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를 발령했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최고 열지수 32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폭염경보는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최고 열지수 41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9월엔 초대형 태풍까지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올해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오는 9월 중순까지도 전국이 폭염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10년래 가장 무더웠던 지난해보다 훨씬 길고 무더운 슈퍼폭염이 찾아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한반도에 마라톤 장마와 슈퍼폭염에 이어 초대형 태풍까지 삼중고(三重苦)를 안길 전망이다. 민간기상 업체인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9월까지 남하하지 않고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추석(9월12일)을 전후해 강력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개 9월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서 남쪽으로 멀리 물러가야 하지만 올해는 세력이 강해 한반도 부근에 자리잡으면서 태풍의 경로가 한반도로 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오는 9월의 태풍은 강도가 과거 강력한 태풍에 버금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역대 가장 강한 태풍 10개 중 7개가 모두 9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줬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