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제약이 개발한 표적항암제 'CWP231A(가제)'는 분명 '암 정복'에 이정표를 찍을 겁니다. 신약이 출시되는 2016년은 JW중외제약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

이경하 JW중외제약 부회장(48)은 21일 서울 신대방동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 BIZ Insight와의 인터뷰를 갖고 "CWP231A가 국내 제약 수출사를 다시 쓰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외제약 창업 2세인 이종호 회장의 장남인 이 부회장은 성균관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입사해 구매과장,인천사업소장,마케팅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뒤 2001년 대표이사를 맡았다. 혁신신약의 미국 FDA(식품의약국) 임상 승인 작업을 주도해온 그는 전임상결과 증명된 CWP231A의 약효와 안전성을 감안할 때 출시 2~3년 후엔 충분히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Wnt표적항암제는 국내 첫 '혁신신약'으로 업계의 관심이 큽니다. 개발 기간만 무려 12년이 걸렸지요.

"2000년부터 연구 · 개발(R&D)을 시작해 다들 12년이 걸렸다고 하는데,사실 아이디어 기획단계부터 따지면 15년이 더 걸렸습니다. 그동안 2500여개의 후보물질을 만들었고 5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죠.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고 확신합니다. 암세포를 재생하는 경로(Wnt)를 찾아 파괴하기 때문이죠.때문에 탈모,체중 감소 등 항암제 부작용도 거의 없습니다. "

▼국내 제약시장은 지난 100년간 제네릭(복제약)이 대세를 이뤄왔습니다. 그런데 10년 이상 거액을 투자해가면서 혁신신약 개발에 나선 이유는 무엇입니까.

"타깃에 대한 세계 최초 개발 약물을 '혁신신약'이라고 부릅니다. 세계적인 제약사인 GSK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혁신신약 '잔탁'의 개발이 밑거름이 됐습니다. GSK의 1980년 총매출은 10억달러 수준이었는데 1981년 이후 잔탁만으로 연간 4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JW그룹도 CWP231A에 그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

▼항암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데 CWP231A의 차별점은 뭡니까.

"현재까지 개발된 표적항암제를 사용해도 암이 완치되지 못하고 재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그 이유는 암 줄기세포의 생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Wnt경로'를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CWP231A는 암의 전이와 재발의 원인인 Wnt 경로를 차단하는 세계 최초의 약물로 암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 것입니다. Wnt 분야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른 제약사가 진입하려면 우리에게 입장료(기술료)를 내야 할 겁니다. "

▼개발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까.

"실패가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암줄기세포만 선별적으로 파괴하는 신물질 개발에 대한 확신과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한 미국 연구자와의 오랜 신뢰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R&D에서 임상에 들어가는 것을 'Development'라고 하는데 R(Research · 연구과정)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실제 D를 위한 비용이 10배는 더 많이 듭니다. 거액이 소요되는 D를 감행하려면 회사의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물론 D가 끝나면 곧바로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약이 팔려야 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3상 들어가기 전까지 약이 팔릴 국가의 신뢰할 만한 협력사와 '얼라이언스(전략적 제휴)'를 해야 할 필요가 있죠.사실 지금부터가 진검승부입니다. "

▼CWP231A의 성공은 일단 미국시장 진출 여부에 달렸습니다. 과연 미국시장에서 통할까요.

"다음달 1일부터 세계 최고의 암센터인 미국 MD앤더슨암병원에서 임상에 들어갑니다. 실제적으로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기 시작하는 것이죠.경우에 따라 2상 전이라도 얼라이언스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암연구 분야의 세계 최대 학회인 미국 암학회에서 CWP231A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많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임상 1상이 끝나는 내년 하반기엔 '라이선스아웃'(신약판매를 위한 제휴)을 위한 작업이 진행될 것입니다. 또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 대한 임상이 끝나면 폐암 치료에 대한 연구도 병행할 겁니다. 표적항암제 시장이 2015년엔 30조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3%만 점유해도 1조원가량이 됩니다. 2016년 출시 첫 해 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이듬해부터 1조원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

▼주력 사업인 수액제제(링거) 분야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실적은 어떻습니까.

"최근 보건복지부가 5% 포도당 주사제를 포함한 기초 수액의 약가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판매 비중이 큰 품목이 다수 포함된 만큼 올해 기초수액제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독일 베를린케미사와 1800만유로(약 280억원) 규모의 수액 판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유럽시장 진출에 물꼬를 텄습니다. "

▼제약사들이 실적악화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JW중외제약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다소 줄었습니다.

"최근 정부의 약가인하,리베이트 압박이 가중되면서 업계가 위축돼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일단 신제품으로 시장을 넓혀 나갈 생각입니다. 9월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 발매를 시작하고,내년에는 류머티즘 관절염치료제 '악템라'를 출시합니다. "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국내 약가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R&D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건 다 아는데,정부가 (R&D) 지원하는 기간은 길어야 2~3년입니다. 일반적으로 임상에 6년 정도 걸리는데 말이죠.누가 그 기간에 리스크를 100% 감당하면서 R&D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약가제도는 거의 매년 바뀌거든요. 기업이 R&D 리스크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