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잘하는 '파워 리더' 그들 안에는 조직 망치는 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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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대로 하라" 독불장군형, 지속적인 성과 내기 어려워
좋은 리더는 '마라톤 선수'…앞에서 뛰며 에너지 나눠줘야
좋은 리더는 '마라톤 선수'…앞에서 뛰며 에너지 나눠줘야
'부하 직원들이 공감하는 리더와 무서워하는 리더 중 누가 더 성공할까. '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근호는 '왜 공감형 보스는 밀려나나(Why fair bosses fall behind)'는 기사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리더는 대체로 공감형 리더십을 갖추고 있지만,현실에서는 공감형 리더가 아니라 공격적 · 독단적 리더가 득세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믿음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끄는 공감형 리더들은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긴 하지만,곧잘 추진력이 약하다거나 신상필벌이 분명하지 않다는 등의 외부 인식으로 인해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HBR은 그러나 회사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파워(power) 리더에 비해 저평가된 공감형 리더에 더많은 점수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 사례를 볼 때 파워 리더는 승진 심사 시 곧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결과적으로 커다란 리스크를 가져다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감 리더 vs 파워 리더
1990년대 화이자에는 최고 재무책임자(CFO)이면서 해외 사업을 함께 이끌던 행크 맥키넬과 핵심 제약사업을 담당한 카렌 케이튼이라는 떠오르는 스타 임원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최고의 업무 성과를 보여 유력한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였다. 맥키넬은 직원들을 강하게 다그치는 스타일이었고,케이튼은 여성 특유의 공감 리더십을 지녀 부하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누가 CEO 자리를 차지했을까. 승자는 맥키넬이었다. 공격적 리더십을 가진 그가 CEO로 선임되자 회사를 발전시킬 최적임자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고위 경영진 인사에선 이처럼 공감형 리더십보다는 강한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파워 리더십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HBR은 그러나 파워 리더십이 언제나 올바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조직에 커다란 리스크를 가져다줄 수 있다며 회사의 지속 발전을 위해선 공감형 리더에 대한 가치 평가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이자의 경우 맥키넬 CEO의 강한 리더십은 회사 실적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았고,케이튼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는 등 많은 문제를 불러왔다. 결국 화이자 이사회는 맥키넬 CEO를 임기만료 2년 전에 퇴진시켰다.
◆실패하는 리더의 특성은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독불장군형 리더,칭찬은 박하면서 필벌만 강조하는 리더,'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의 우유부단한 리더,조직을 위해 무한한 개인 희생을 요구하는 리더,책상에만 앉아 있는 현장 경시형 리더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파워 리더는 '시키는 대로 하라'는 독불장군식 리더십으로 흐를 수 있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 다른 직원들의 업무 스타일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에 맞추도록 강요해서는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변화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무조건 '바꾸라,변해라'고 요구하는 것도 파워 리더가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좋은 인재가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나는 조직을 보면 칭찬에는 인색하면서 잘못에 대한 질책은 매우 엄격한 '필벌' 중심의 사고를 가진 리더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리더들은 책임감과 열의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개인 희생을 무한정 강요하는 리더들은 직원들이 갖는 잠깐의 여유도 용납하지 않으려 든다. 심지어 단기적인 업무 장애를 우려해 직무 순환을 꺼리기도 한다. 리서치 전문기관인 헤이그룹 조사에 따르면 일하고 싶은 회사의 첫 번째 조건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나타난 데서 알 수 있듯이 능력과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고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려는 직원이라면 견디기 힘들 수밖에 없다.
◆존경받는 리더의 행동원칙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쓴 책 《굿 보스,배드 보스(good boss,bad boss)》에 따르면 좋은 리더가 되려면 부하 직원들을 얼마만큼 조이고 풀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토미 라소다 전 LA다저스 감독은 "비둘기를 너무 꽉 쥐면 죽고,너무 느슨히 쥐면 달아나버린다"고 했다. 적당히 쥐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조직을 통솔하는 보스도 마찬가지다.
좋은 리더는 단거리 경주자가 아니라 마라톤 선수여야 한다. 끈기와 열정,근성은 기본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서 부하들에게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 '굿 보스'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기억된다는 점도 잊지말아야 한다.
직원들이 중간에 도태하지 않고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도록 지휘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역할 분담,업무 조정은 좋은 리더의 필요조건이다. 보스는 부하 직원들을 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지키는 수호신이 돼야 한다. 직원들이 잘못된 처우를 받지 않도록 감싸주며 부하들이 거둔 성과는 공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