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그리스 때문에 독일인들의 생활까지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

지난 1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택시 운전기사 클라우디아는 "남유럽 위기가 다른 나라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독일 경제가 크게 나빠졌다는 보도는 없지만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줄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 증가한 것을 보면 체감경기는 좋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18일 유럽 금융시장이 열리자 블룸버그유럽TV는 악화되는 시황을 전하느라 바빴다. 지난 15일 유럽은행감독청(EBA)이 91개 유럽 은행 중 8곳이 제2차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여파가 한 주의 시작인 이날부터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 은행들의 주가를 종합한 스톡스600지수는 1.8% 급락했고 스페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3%포인트 상승한 연 6.37%를,이탈리아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27%포인트 오른 연 6.03%를 각각 기록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장중 한때 0.88%까지 떨어졌고 안전자산인 금값은 0.8% 상승했다. 안드레아 엔리나 EBA 청장은 이 TV에 출연해 유럽 은행 안정성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시장을 진정시키진 못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은 스페인 5곳,그리스 2곳,오스트리아 1곳이지만 독일도 '검은 월요일'을 피해갈 수 없었다. 독일 증시는 이날 1.6% 하락했고 대표적 민간은행인 코메르츠방크 주가는 4.6%,도이체방크는 3.5% 떨어졌다.

독일은 유럽의 최대 경제국이다. 독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3조3156억달러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이고 수출규모는 일본의 2배,한국의 3배다. 유럽 국가들의 국채 안정성을 평가할 때 독일 국채(분트)와 어느 정도 금리 차이가 나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독일도 그리스에서 촉발된 남유럽 경제위기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는 남유럽 국가들과 유로화라는 단일통화 체제로 긴밀히 연계돼 있는데다 독일 금융권이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에 대거 물려 있기 때문이다. 1993년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출범한 유럽연합(EU)이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독일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태훈 프랑크푸르트/국제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