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부끄럽지만 난 모르는 일"

[0730]‘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이 19일 영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다.그는 전화도청 등 자신이 소유한 신문사의 부정 행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머독 회장은 이날 뉴스코프의 유럽내 자회사 뉴스인터내셔널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 제임스와 함께 영국 하원의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해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날”이라고 말했다.그는 “실종 소녀 다울러의 휴대폰을 해킹한 사실을 2주 전에 처음 전해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고 섬뜩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스스로도 충격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머독 회장은 책임론을 거론하는 의원들의 추궁에 “뉴스오브더월드는 뉴스코프 전체적으로 보면 1% 정도에 불과한 회사”라며 “이번 사건에서 나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발을 뺐다.그는 “당초 알려진 것보다 해킹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일부 직원들로부터 명백히 잘못된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아들 제임스도 “해킹 사건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며 “회사 간부들이 해킹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올해로 80세인 머독 회장은 의원들의 질문에 몸을 기울이며 경청했지만 자신의 혐의를 추궁하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으며 구체적인 답변이 필요하면 아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의원들은 머독 부자에 이어 뉴스인터내셔널의 레베카 브룩스 전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여러 의혹을 추궁했다.의원들은 최고 경영진이 소속 기자들의 휴대폰 메시지 해킹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와 관련 사실을 알고도 숨기려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또한 유명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대가로 신문사측이 경찰들에게 금전을 지급했는지 여부와 해킹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승인했는지 여부 등도 따졌다.

머독 회장이 영국에서 40년 넘게 언론사를 소유하면서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오브더월드는 정치인과 연예인은 물론 실종 소녀와 전사자 유족의 휴대폰까지 무분별하게 해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근 자진 폐간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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