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종합법무법인의 김상순 변호사(39 · 사진)는 '국내 1호 아이패드 법조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자소송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해 5월,서류뭉치 없이 아이패드 하나만 들고서 법정에서 변론을 펼친 것이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 5월에 도입된 전자소송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김 변호사는 "전자소송제는 단순한 업무효율화를 넘어 법조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먼저 사무실 없는 '1인 변호사'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소송제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면서 두꺼운 소장과 준비서면 등을 복사하고 챙겨주는 직원들이 필요없게 되기 때문이다. 로스쿨 등의 여파로 변호사 수는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전자소송제를 활용해 '고정비용'을 없애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변호사들이 생겨난다는 얘기다.

'듣는 재판'에서 '보는 재판'으로 바뀌면서 과거 서면을 들고 줄줄 읽기만 했던 변론모습도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프레젠테이션 장비들이 갖춰진 전자법정에서는 동영상 등을 활용해 보다 입체적인 변론이 가능해져 방청객들이 적극적으로 재판을 참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시스템이 바뀌는 속도에 법조인들이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돼 기일이 빨리 다가오고,프레젠테이션 등 준비할 것들이 많다 보니 변호사들 사이에서 '전자소송 하겠다는 사람 있으면 돌려보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또 "재판 때 아이패드를 가지고 들어가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판사들도 있었다"며 "변호사,판사,검사 등 법정 구성원들을 상대로 한 전자소송 시스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관심이다. 트위터에서 그를 팔로하는 이들만 5000명에 육박한다. 올 2월에는 한국경제신문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에 본인의 동영상 광고도 실었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법조계에서 첨단 기술을 누구보다도 먼저 접하고 일에 적용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첨단 모바일 기기나 SNS 등은 법조 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머지않아 전자소송제를 넘어 영상재판제도까지 도입되겠죠.한 발 앞서 첨단 문화를 적용시키는 사람이 법조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