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이 정부 소유 기업의 민영화 방안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7 · 4 전당대회에서 1,2위를 한 두 사람의 당직 인선 갈등에 이은 대결 2라운드다.

홍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과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한 소신을 강조했다. 그는 "지지부진한 두 회사의 매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지난번 청와대 회동 때 말했던 것처럼 두 회사를 국민공모주로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우리금융지주를 사모펀드에 팔게 되면 제2의 론스타 같은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으며,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엔 우량기업을 특정 재벌이나 기업에 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대 포스코와 한국전력 주식을 각각 63.5%,43.5%로 할인,국민공모주로 매각해 서민에게 재산증식의 기회를 줬던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유 최고위원은 즉시 제동을 걸었다. 그는 "홍 대표가 공개적으로 두 회사의 매각 방식에 대해 재차 말씀하시는 걸 보니 걱정이 좀 된다"며 "포스코와 한전의 방식을 (시대와 상황이 다른데) 모든 매각에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주식을 공개 매각하게 되면 대주주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는 부작용이 있고,매각 방식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일일이 방향을 정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도 정책 충돌이 이어졌다. 홍 대표가 당 서민특위위원장을 맡던 시절부터 추진한 이자율 상한제에 대해 유 최고위원은 "대부업체의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면 서민들이 대부업체에서 뒷골목(불법사채)으로 내몰린다"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가 도입을 찬성하는 전 · 월세 상한제에 대해서도 유 최고위원은 "시장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면 오히려 주택 공급이 축소돼 전 · 월셋값이 단기 폭등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최근 홍 대표의 독주에 대해 나경원 · 원희룡 최고위원도 잇따라 비판했다. 나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홍 대표의 감시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유 최고위원 등 3명의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는 것과 달리 홍 대표는 20일 비공개 회의에서 남경필 최고위원을 감싸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남 최고위원이 공개회의에서 민주당의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재재협상안을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한 것을 두고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중진의원들이 문제 삼자 홍 대표는 "그런 뜻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한 게 아니냐"며 두둔했다는 전언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