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자금조달 수단 악용 차단
소액공모한 기업 상장폐지 절반 넘어
2009년 소액공모를 진행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퇴출된 것으로 파악돼 소액공모제를 보완할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제3자 청약대행 등도 검토대상
금융당국이 소액공모제를 보완하기 위해 검토 중인 방안은 세 가지다. 소액공모를 비상장사에만 허용하고 상장사에 대해선 금지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대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장사들은 주식시장을 통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어 소액공모의 필요성이 적다"고 말했다.
소액공모 절차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상장사가 자의적으로 진행하는 현행 절차상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증권사 등 제3자가 소액공모 청약을 대행하는 방법이다.
증권사 등이 단순대행을 맡게 되면 관련 비용은 크게 들지 않으면서 청약증거금의 안전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10억원까지인 모집한도를 대폭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소액공모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왔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둘러 보완책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액공모제도는 증권신고서 없이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 전환사채(CB) 등을 통해 10억원 미만의 자금을 신속히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1988년 1억원 한도로 출발해 2001년에는 20억원까지 한도가 늘어났다가 2009년 10억원으로 줄었다.
2008년 8734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소액공모를 통해 모집됐으며 2009년에는 한도 하향으로 모집금액이 4353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2271억원이 소액공모를 통해 조달됐다.
◆한계기업 '최후의 자금줄'이용
2009년 소액공모 한도를 낮추면서 금융감독원은 2002년 4월 이후 4년간 소액공모를 진행한 상장사의 79.5%가 상장 1년 내에 상장폐지됐다고 발표했다. 소액공모 한도가 낮아진 2009년 이후에도 이 같은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2009년 소액공모를 진행한 코스닥 기업은 219개.1년 반이 지난 20일 현재 55.2%인 121개가 상장폐지됐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최종 상장폐지 판정을 받고 정리매매가 진행 중인 7개 기업까지 합하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간다. 환기종목지정 기업은 19개,관리종목지정 기업도 13개였다. 정상적으로 시장에서 매매되고 있는 종목은 58개로 전체의 26.4%에 불과한 상황이다.
코스닥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문턱에 몰린 한계기업들은 소액공모를 일단 한번쯤 시도하는 '통과의례'로 생각한다"며 "10억원 미만의 자금이라도 조달에 성공하면 상장폐지를 모면할 수 있는 생명줄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소액공모 한도를 낮추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약증거금을 받는 데는 한도가 없는 만큼 거액의 청약자금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9억9999만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 하이쎌에도 200억원이 몰렸다.
한 투자자는 "신주발행가를 주가 대비 10%만 낮게 잡아도 거액이 몰리는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쉽게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백광엽/노경목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