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및 요금체계 개편을 앞두고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쿠폰)'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0일 열린 물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제품 유통기한을 늘려 원가를 낮추는 식의 근본적인 물가관리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대책회의 후 "저소득층은 지금도 (전기요금과 관련해) 각종 지원을 받고 있는데 요금을 싸게 하면 전력 소비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착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대신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우처는 전기요금을 내는 데 쓰는 것이지만 전기 사용을 줄이는 만큼 다른 소비를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 절감과 함께 저소득층의 생활 형편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기요금 체계도 합리적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절약을 독려하기 위해 도입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현행 6단계)가 전력 과소비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를 적게 쓰는 1,2인 가구 중 상당수는 생활에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라며 "녹색시대에 맞춰 전기 소비를 줄이는 새로운 요금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제품 유통기한을 늘려 원가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포장과 냉동 · 냉장기술 발전으로 장기 보관이 가능해졌는데도 유통기한을 경직적으로 운용해 쓸데없는 낭비를 초래하고 제품 원가만 상승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 에너지 바우처

전기나 가스요금의 일부를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직접 보조하기 위해 주는 쿠폰.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수 있고 전기요금이 변동할 경우 쿠폰 지급액을 늘리는 등 탄력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

주용석/홍영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