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딸을 둔 37세 미모의 이혼녀. 20년 지기 친구의 남편과 연애하며 친구에게 불륜을 주선하는 무섭고도 당돌한 여자.

소설가 권지예(51)가 도발적인 여성의 파격적 연애담을 담은 네 번째 장편소설 '유혹'(민음사 펴냄, 3권)을 발간했다.

신작 '유혹'(민음사)은 사랑과 욕망에 솔직하고 당당한 주인공 오유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유미는 프랑스에서 예술경영 석사를 받은 대학강사다.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파워블로그 운영자로 활동하는 사회적 지위가 확고한 인물이다.

17살의 딸을 둔 이혼녀 오유미는 늘 남자들과 자유로운 사랑을 나눈다. 그녀의 사랑에는 벽이 없다.

그녀는 20년 친구 유지완의 남편과 내연의 관계를 맺는다. 유지완에게는 자신의 대학원 제자를 소개해 불륜 관계를 맺게 한다.

대학 제자는 오유미의 남자 중 한명으로 성관계를 맺는 사이다.

"유미는 자신이 '맛있는 여자'라는 걸 안다. 오랜 학습의 결과다. 딱 100명의 남자와 섹스한 건 아니지만, 백분위 점수로 환산한다면 90점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1권 10쪽)

그녀의 사랑은 자유분방하다. 60대 교수와, 라디오 PD와도 사랑을 나누다 YB그룹 후계자이자 완벽한 남자 윤동준과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여자에게 무지개 같은 연애는 이상적이다. 요일별로 색다른 7인 7색의 섹스. 남자들은 힘들어도 여자들의 몸은 그게 가능하다. (중략) 능력있는 현대 여성이라면, 일과 사랑을 함께 하기 위해선 책상다리처럼 안정감 있는 넷도 괜찮다. 아니, 옛날 무쇠솥의 다리처럼 셋까지도 나쁘지 않다. 유미는 늘 최소한 다리 셋은 고수하고 있다."(1권 24~25쪽)

작가는 주인공에 대해 "유미는 21세기 욕망의 정글에서 펼쳐지는 서바이벌 게임의 여전사"라고 소개했다. 이어 "자신의 미모와 섹스를 무기로, 욕망과 성공과 복수를 위해 유혹의 전략적 기술을 쿨하면서도 뜨겁고 자유롭게 구사한다. 오유미가 욕망의 종결자, 유혹의 종결자가 되었으면 싶다는 바람 뿐"이라고 덧붙였다.

책에는 총 일곱명의 주요 인물이 오유미와 관계를 맺는다. 이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톱니바퀴처럼 저마다의 욕망을 향해 끝없이 질주한다.

오유미는 많은 남자와 연애를 즐기며 팜므파탈로 변신하기도 하고 위험한 살인 사건에 연루되기도 한다. 현대 여성의 자유로운 연애담을 담았다는 점에서 칙릿 소설로 여겨질 수 있지만 소설은 여기에 한 걸음 더 나간다.

작가는 2002년 '뱀장어 스튜'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꽃게무덤'으로 동인문학상까지 수상하며 필력을 인정받은 권지예 씨는 특유의 흡입력 있는 문체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권씨는 작가의 말에서 "짐승은 발정하지만, 인간은 유혹한다" 며 "지금까지 내가 썼던 어떤 소설보다 더 길고 파격적이다. 성능 좋은 진공청소기처럼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내 소설로 한바탕 빨아들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신작은 문화일보에서 2년째 연재되고 있으며 1~3권이 먼저 출간됐다. 연재가 끝난 뒤 내년 2월에 4~5권을 낼 계획이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