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송신 위법성 재확인·간접강제 기각
방통위 제도개선안·지상파 대응 여부 등 주목

법원이 지상파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사이의 재송신 분쟁에서 재차 지상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양측의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은 20일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CJ헬로비전, 씨앤앰, HCN서초방송, CMB한강방송, 티브로드 강서방송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5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등 침해정지 및 예방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재송신 행위를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장은 재송신 중단사태 없을 듯 = 법원이 작년 9월의 1심에 이어 다시 한번 케이블TV 재송신 행위가 지상파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지만 당장 케이블TV의 시청자가 지상파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는 사태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SO들이 재송신을 강행할 경우 하루 1억원씩을 지불하게 해달라는 지상파방송사들의 간접강제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송신 중단 시점이 '소장 접수일'에서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30일 후'로 변경돼 당장 양측 사이에 극한 대립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양측은 당분간은 갈등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은 채 방송통신위원회의 제도 개선안을 토대로 협상을 진행해 나갈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지상파 입장에서는 법원이 거듭 케이블TV의 지상파 재송신의 위법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케이블TV 입장에서는 간접강제는 기각된 만큼 협상의 여지가 계속 존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앞서 작년 9월 1심 판결 직후에는 케이블업계가 재송신이나 광고 중단 등 강경책을 내세우며 지상파방송과 날카롭게 대립했으나 결국 재송신 중단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1심 판결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제도정비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으며 양측은 갈등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은 채 숨 고르기를 하고 있던 차였다.

◇지상파 '간접 강제' 재신청 할까…갈등 불씨 여전 = 법원이 이날 지상파방송의 간접강제 청구를 기각하기는 했지만 기각 사유는 간접강제 자체에 대한 판단보다는 법리상의 이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본안 사건에서 간접강제 결정을 하는 것은 본안재판 절차와 강제집행 절차를 준별하는 입법 취지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초 지상파 3사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낸 '저작권 등 침해중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일 지상파 3사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30일 이후를 기준일로 "CJ헬로비전이 신규 가입자에게 3사의 디지털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송신하면 안된다"고 결정했다.

판결문 송달일 이후 30일이 지났지만 현재 CJ헬로비전은 가처분 결정과 상관없이 신규 가입자들에게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재송신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지상파방송사들이 다시 법적인 조치를 취할 여지가 적지 않다.

지상파방송사는 CJ헬로비전이 가처분 결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뒤 14일 안에 위법 행위에 대해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 간접강제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다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며 결과에 따라 케이블TV업계의 재송신 중단이나 광고 중단 같은 조치가 다시 나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방통위가 마련 중인 재송신 제도 개선 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방통위는 작년 연말 이후 양측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재송신 범위, 재송신 대가산정 기준을 정하고 분쟁해결 절차를 보완하는 등의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으나 양측의 견해 차가 큰 까닭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