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옥연·이종상·구자승 등 300명…소품 600점 갤러리 이즈서 전시
미술품 경매에서 파블로피카소와 앤디워홀의 그림 한 점이 수백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은 이제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휴가철을 맞아 유명 작가들의 예술혼이 녹아있는 작품을 모은 기획전에서 그림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관훈동의 갤러리 이즈(옛 학고재화랑)에서 2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200만원으로 명품여행-작은것이 아름답다’를 주제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작은그림 미술제’가 펼쳐진다.
◆국내 인기작가 소품 한 자리에
휴가철 ‘아트 바캉스’를 겨냥한 이번 전시에는 예술원 회원 이종상 민경갑 오승우 권옥연 씨를 비롯해 김구림 송영방 김태호 이두식 구자승 주태석 이종구 김재학 전준엽 김정수 전래식 황주리 김덕용 오용길 정종미 정현숙 이재삼 임효 이이남 씨 등 원로에서 중견, 신진까지 현대미술작가 300명의 작품 600여점이 전시 판매된다. 분야별로는 한국화가 77명,서양화가 89명,조각 민화 한글서예가 14명이다. 크기가 2호(22×19㎝)에서 10호(45.5×53㎝)까지 다양하다. 작다고 허투루 그린 그림이 아니다. 대부분 지난해 요청을 받은 작가들이 전시에 맞춰 보내온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작품’이다.
미술 경기 불황을 반영해 판매가격을 시중보다 최고 30% 정도 싸게 책정했다. 300만원 이하 작품은 손비처리가 가능해 미술품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컬렉션에 나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화랑 앞에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전시작이 매진됐던 2009년 성과에 힘입어 올해는 참여 작가 폭을 크게 넓혔다.
이미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이종상 권오연 씨 외에 컨템퍼러리 작가들도 망라했다. 강렬한 선과 색채로 원초적인 미감을 연출한 이두식(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스토리텔링 화풍으로 유명한 황주리,전위미술의 선구자 김구림, 별빛처럼 숨을 쉬는 색면 추상화가 김태호, 보리밭 작가 이숙자, ‘종이부인’시리즈로 주목받는 정종미,‘동그라미 화가’ 정현숙 등의 작품이 나온다.
또 전래식 전준엽 이이남 씨가 그린 현대적화풍의 퓨전산수화, ‘주태석표’ 나무그림,담채수묵으로 그린 오용길의 꽃그림,지식의 산물인 책과 아톰을 대비시켜 초현실적인 세상을 묘사한 황용진의 작품, 극사실주의 소나무 작가 장이규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가수 화가 정미조와 탤런트 화가 강석우의 그림도 나온다.
◆생소,건강,발랄,참신함의 미학
작가들은 이번 기획전을 위해 별도로 제작한 소품에 대작 못지않게 열성을 쏟았다. 생소 진지 발랄 건강 등 다양한 주제와 아이디어로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예견하게 한다.
‘가족이야기’ 소품을 2점 낸 황영성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소품이든 대작이든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마찬가지”라며“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쉽게 잡을수 있을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판에 한복을 입은 여인과 풍경을 채우는 중견작가 김덕용씨는 소품을 처음 선보인다. 김씨는 “제 작품은 어느정도 규모가 돼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소품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막상 작업을 해보니 별난 세계가 보였다”고 얘기했다.
대형 화면에 여러 겹의 색을 칠한 뒤 긁어내는 기법으로 색면 추상 작업을 하는김태호 홍익대 교수는“소품도 대작과 같은 효과가 나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손길이 많이 간다”며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소장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대표는 “고가의 미술품을 소장할 엄두도 못내는 애호가들에게 200만원으로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위해 기획했다”며 “단순한 상업전시보다는 예술을 통해 시대정신을 표출하는 마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736-666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