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이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시대다. 구글은 이제 글로벌리제이션이 아니라 구글리제이션(Googlization)이 대세가 되리란 자신감을 드러내놓고 있기까지 하다. 초스피드를 추구하는 디지털 세대의 요구에 걸맞게 구글은 10억분의 1초 안에 원하는 답을 제공해준다지 않는가.

한데 '어떻게(how to)' 검색할 것인가 하는 방법 못지않게 '무엇을(what to)' 검색할 것인가,즉 콘텐츠가 관건일진대,자칭 '검색 세대'의 현주소를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얼마 전 대기업 차장으로 있는 제자를 만난 길에 흥미로운 일화를 하나 건네 들었다. 청년 실업의 파고를 당당히 뚫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배에게 "스스로 생각하기에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특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저 검색 잘합니다" 하더란다. 그 패기가 맘에 들어 "그럼 이러이러한 주제로 검색해서 그 결과를 제출하라"고 지시를 내렸단다. 두어 시간 지나 신입사원이 들고 온 건 A4 용지 10장 정도의 '허접스러운' 자료들을 '짜깁기'한 수준이어서 실망감이 매우 컸다는 것이 제자의 이야기였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작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세대의 정년연장 논의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아버지 일자리를 지키려 아들 일자리 뺏으랴"는 화두가 쟁점화된 적이 있다. 당시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는 한국 베이비 붐 세대가 직면한 생애주기상의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읽어보니 거의 대다수 학생들이 포털에 접속해 검색한 결과를 적당히 '편집'했기에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가끔 자료의 출처를 명시한 학생들이 있어 확인해 보면 인터넷 사이트 주소가 열거돼 있었음은 물론이다.

확실히 요즘 학생들은 검색을 즐겨한다. 덕분에 아는 건 똑같이 알고,모르는 건 다 함께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때론 "교수님께서 내주신 주제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해당사항이 없습니다"고 당당하게 항의(?)하기도 한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를 주제로 학생들이 대동소이한 리포트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들이 몇몇 단어를 중심으로 한 초보적 검색에는 익숙할지언정,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를 주제로 얼마나 많은 연구기관에서 얼마나 다양한 연구가 이뤄져 왔는지,정작 '진짜 정보'에 대한 '알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헤어진 첫사랑 상대의 사생활 추적은 집요하게 하는 이들이,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들이,'진짜 정보'의 소재 파악에 무지하고 그 내용과 의미에 대해 무관심함은 진정 안타까운 일이다.

현대 사회사상의 조류를 주도해온 유럽의 경우 지금도 피에르 부르디외,미셸 푸코,자크 라캉,장 폴 사르트르,그리고 위르겐 하버마스의 순으로 이들의 사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의미를 광범위하게 소통하는 사이트가 젊은 세대의 열광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한다. 인터넷 초고속망의 스피드를 전 세계에 자랑하는 우리에게 그에 걸맞은 격조 있는 콘텐츠가 결여돼 있음은 깊은 반성을 요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나아가 이들 검색 세대의 한계 중 하나는 외부에 널려 있는 정보를 언제라도 끌어다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외부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하는 데 게으른 편이라는 점이다.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전통적 방식의 시험 대신 자신들이 새로이 연마한 역량을 평가해 달라는 요구가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검색의 진정한 의미와 진짜 검색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전략적 방법을 가르치는 게 당면과제다. 더불어 검색한 내용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 주어야 하는 과제,더 이상 미뤄선 안 될 듯하다.

함인희 <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