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재정위기 관련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피지수가 숨고르기에 나섰다. 증권업계에선 '우려'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중국발(發) '기회'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 관련 불확실성이 코스피지수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중국 소비시장 확대 수혜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1일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하락, 장중 2130선 중반까지 물러났지만 오리온, 엔씨소프트 등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오후 2시15분 현재 락앤락코스맥스가 1∼2%대 상승하고 있고, CJ오쇼핑은 이달 들어 이틀 만 빼놓고 전 거래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긴축 기조 완화와 이에 따른 소비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중소기업의 신용 상황을 우려하는 발언을 내놨고, 단기 시장금리인 7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repo) 금리가 하락했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긴축 스탠스를 완화하는 신호"라며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세계 실물 수요가 회복되면서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진입할 전망인데, 실물 수요 회복은 정부의 긴축 기조가 약해지고 있는 중국에서 가장 먼저 관측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상반기 긴축기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세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하반기엔 근로소득자에 대한 개인소득세 감세 혜택과 1000만호 공공주택 건설 본격화 등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들이 더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다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12차 5개년 계획'과 관련해 제약업에서 구체적인 산업 정책이 발표되고 있는데 이는 상징적"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며 중국정부가 소비부양을 위해 내놓은 가전하향, 기차하향, 이구환신과 같은 단기정책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수 기반을 형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달 초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치를 종전 4%에서 5%로 상향 조정할 계획임을 시사했고, 12차 5개년 계획이 진행되는 2011~2015년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종전 8%보다 낮은 7%로 설정했다는 점 등에 비춰 내수중심 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다만 일각에선 기존에 형성돼 있던 중국 내수시장 확대 기대가 관련주 주가에 급속도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차·화·정' 이후 마땅한 투자대안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중국 내수주들로 매기가 유입되고 있다"며 "관련주들이 일정 수준 오른 이후 중국 내수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오버슈팅(단기과열) 인식이 퍼지면 그만큼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