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지난주 글로벌 철강회사인 세베르스탈 북미 법인에 7억3000만달러를 지원했다. 무게를 줄인 차세대 고장력 강판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세베르스탈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회사에 강판을 납품하고 있다. 이들 자동차 회사는 세베르스탈의 초경량 강판으로 연료 효율을 더 높인 하이브리드카,전기자동차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제네시스의 서스펜션(현가장치)에는 숨겨진 기술 하나가 있다. 서스펜션은 컨트롤암,너클,캐리어,모듈브래킷 등 각종 철제 부품들로 채워져 있다. 제네시스를 설계할 때는 이 부품들을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 무게를 15㎏ 정도 줄일 수 있었다. 제네시스 전체 무게(약 1700㎏)에서 0.9%를 빼는 효과를 봤다.

◆"경량화만이 살 길이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무게'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단 1g이라도 줄여 연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미국 정부가 2025년까지 승용차와 경트럭 연비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갤런당 56.2마일(ℓ당 23.9㎞) 이상으로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업체들의 '다이어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 5월 고베제강과 함께 새로운 강판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 차량에 사용했던 강판 대비 강도를 두 배로 끌어올렸지만 무게는 더 가볍게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강판을 가공할 때 발생하는 변형을 최대한 억제하는 공법"이라며 "정밀한 금형 작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도요타는 새로운 기술로 무게를 약 35%,비용은 약 2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도요타는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 하이브리드카 CT200h를 만들 때 초경량 콤팩트 4실린더 엔진으로 무게를 줄이기도 했다.

포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익스플로러' 개발에 각종 경량화 기술을 적용,연비를 20% 정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엔진과 휠 등을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 무게를 낮췄다.

차체 경량화는 아우디가 앞서고 있다. 이 회사는 1994년 고급 세단 A8을 100% 알루미늄 차체로 제작해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2006년 스포츠카 TT를 내놓을 때는 이전 모델보다 무게를 100㎏ 가까이 줄였다. TT,R8 등 스포츠카를 비롯해 전기차 e-트론 등에 100% 알루미늄 차체를 쓰고 있다.

◆플라스틱 부품도 '다이어트'

자동차업체뿐 아니라 국내 · 외 부품사들도 경량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스티어링칼럼(운전대 축관)을 마그네슘 소재로 만들어 무게를 30% 낮췄고,운전석 모듈에 장착한 무릎 보호대도 플라스틱 소재로 바꾸면서 30% 감량 효과를 봤다. 모듈을 설계할 때 부품 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도 군살을 빼고 있다. 운전석 모듈의 뼈대를 이루는 스트럭처 인패널(IP)을 통합 일체형으로 설계,부품 수를 절반으로 줄여 전체 무게를 8% 낮출 수 있었다.

만도는 경량화 소재 개발을 위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업체 이폴리머를 인수했다. 경량화 소재로 전자제어장치(ECU) 케이스 등을 만들고,관련 신규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