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대자연 앞의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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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 주의 작은 마을 고잉(Going).언덕의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이 영겁을 버텨온 대자연 앞에서 짧은 쉼표를 찍고 있다.
주말 산행에 나선 아버지와 아들인지,아니면 형제나 친구 사이인지….먼 발치라서 짐작하긴 쉽지 않지만 다소 떨어져 앉은 두 사람의 모습에서 뭔가 이유 모를 거리감이 느껴진다. 한 사람은 말을 붙여보려는 모습이지만,다른 사람은 고개를 그 반대로 돌려버렸다.
두 사람 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산맥은 알프스 동쪽으로 이어지는 '빌더카이저(Wilder Kaiser)'.해발 2000m를 넘나드는 40여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거대한 바윗덩어리다. 그 뒤쪽에 나란히 늘어선 산들이 '차머카이저(Zahmer Kaiser)'다. 독일어로 '빌더'는 '거친','차머'는 '길들여진'이란 뜻이다. 오스트리아의 하이커들은 나무로 뒤덮여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차머카이저보다 우락부락한 빌더카이저를 월등히 더 좋아한다고 한다. 혼자라면 생각을 정리해 줄 얌전한 산이 좋겠지만 둘이라면 얘깃거리를 만들어 줄 굴곡진 능선이 한결 낫다는 얘기라는데….
이번 주말,가장 친한 사람과 새벽 산행을 떠나보는 게 어떨지.가깝지만 결코 쉽지 않은,그런 산으로 말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