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앞둔 가운데 구주(보유주식) 매각과 신주발행 비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외환은행 등 하이닉스 채권단은 구주 매각 비율을 높여 최대한 많은 자금을 회수하려는 반면,인수 후보기업인 SK와 STX그룹은 신주발행 비중을 높여 하이닉스 투자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 · STX "신주발행 비율 높여야"

하이닉스 매각 '신·구주 비율' 논란…론스타만 또 배불리나
채권단은 하이닉스 보유지분 15% 전량 또는 일부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구주 매각 7.5% 이상 + 신주발행 10% 이하'이다. 채권단은 내달 초까지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더 많은 구주를 인수하는 후보기업에 가산점을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SK와 STX는 신주발행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이닉스에 유보되는 자금을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지주회사인 SK㈜의 자회사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면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손자 회사 지분을 20%이상으로 해야 하는 지주회사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구주 10%를 인수하고 신주 10%를 발행한다고 가정할 경우,3조원 안팎인 인수대금 중 하이닉스의 투자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돈은 절반인 1조5000억원 안팎에 그친다. 반대로 구주 매각 비율을 5%로 줄이고 신주발행을 15%로 늘리면 2조2500억원가량을 하이닉스 유보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SK는 구주 매각 비율을 최소화하거나,구주를 인수하지 않고 신주발행을 통해서만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 입장도 비슷하다. STX 관계자는 "SK와 경쟁하기 위해선 비슷한 규모인 20% 이상의 지분을 인수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인수 지분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구주 매각 비율마저 높다면 공격적인 인수가격을 제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신주발행 비율이 높아지면 기존 소액주주들이 반발할 여지는 남는다.

◆"구주 비중 높으면 론스타만 배부르다"

업계에선 SK와 STX가 채권단 평가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어느 정도 규모의 구주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채권단 가이드라인대로 구주 7.5% 이상을 매각하면 론스타가 또다시 수천억원대의 배당잔치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이닉스 채권단 중 가장 많은 3.42%의 지분을 보유한 외환은행의 최대주주가 론스타여서다.

외환은행의 하이닉스 매각 차익은 경영권 프리미엄 20%를 얹는다고 가정하면 3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를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가 배당을 통해 빼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론스타는 현대건설 매각이익 9000억원이 들어온 2분기에도 보통주 1주당 1510원의 분기배당을 통해 4969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