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독과점 시장구조와 유통구조 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발언은 재정부가 올해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물가 잡기'의 핵심 정책 수단으로 독과점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어 "공기업 경영혁신 등으로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겠다"고 말해 물가 관리 차원에서 독과점 문제를 꺼내들었음을 시사했다.

재정부는 국제 유가 등 공급 측 요인에 의해 초래된 물가 불안이 서비스 등 수요 부문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6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마저 2년여 만에 가장 많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악순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의 폭우 등 기상 이변과 국제 유가 등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이기 때문에 유통구조 개선 등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보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까지 임박하면서 점차 커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게 됐다"며 "현 상태에서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독과점 문제만 해결해도 가격이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독과점 문제를 거론해왔다. 독과점 횡포를 없애는 것이 시장친화적이라는 논리를 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표적인 독과점 사업인 정유사와 통신사들에 전방위적인 가격 인하 압력을 가했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며 "(박 장관의 발언은) 독과점 업체들을 경쟁시켜 가격을 근본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제재 외에 신규 사업자 진입 허용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