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전기요금은 '고장난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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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을 몇% 올리느냐보다 더 중요한 게 요금 현실화 계획인데,그게 빠졌다. "
정부가 오는 26일 4%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 정부가 '땜질처방'에 급급하다는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현재 전기요금은 원가(생산비+투자보수비)의 86% 수준이다. 100원짜리 전기를 86원에 파는 셈이다. 원가를 맞추려면 전기요금을 16%가량 올려야 한다고 지경부는 주장해왔다.
물론 한번에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가에 미치는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경부는 연초부터 '전기요금 현실화 로드맵'을 고민해왔다. 조금씩 나눠 올리되 언제 얼마를 올릴지를 미리 계획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지경부의 고위간부는 "전기요금을 100% 현실화하기로 기획재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전기요금 현실화 얘기가 뒤로 밀렸다. 전기요금은 공공요금 중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통신비 다음으로 높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제와 유가의 불확실성,물가 부담 등을 거론하며 전기요금 현실화 구상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는 사이 올해 여름에도 어김없이 전력난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18일 이후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전력 수요가 연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전력 수요는 올 여름 최고 7477만㎾까지 치솟고 예비전력(공급능력-최대전력수요)은 420만㎾까지 떨어져 비상상황인 400만㎾를 위협할 것이란 게 지경부의 예상이다.
전력난이 반복되는 이유는 수요 예측을 잘못해 발전소를 충분히 짓지 못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값싼 전기요금을 방치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값싼 전기요금이 전력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지경부의 한 간부는 최근 전기요금에 대해 "마치 고장난 신호등 같다"고 했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높아져 수요를 둔화시키는 것이 시장이고,그런 점에서 가격은 시장의 신호등이다. 하지만 전력시장에선 그런 논리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고장난 신호등'을 고칠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정부가 오는 26일 4%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 정부가 '땜질처방'에 급급하다는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현재 전기요금은 원가(생산비+투자보수비)의 86% 수준이다. 100원짜리 전기를 86원에 파는 셈이다. 원가를 맞추려면 전기요금을 16%가량 올려야 한다고 지경부는 주장해왔다.
물론 한번에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가에 미치는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경부는 연초부터 '전기요금 현실화 로드맵'을 고민해왔다. 조금씩 나눠 올리되 언제 얼마를 올릴지를 미리 계획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지경부의 고위간부는 "전기요금을 100% 현실화하기로 기획재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전기요금 현실화 얘기가 뒤로 밀렸다. 전기요금은 공공요금 중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통신비 다음으로 높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제와 유가의 불확실성,물가 부담 등을 거론하며 전기요금 현실화 구상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는 사이 올해 여름에도 어김없이 전력난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18일 이후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전력 수요가 연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전력 수요는 올 여름 최고 7477만㎾까지 치솟고 예비전력(공급능력-최대전력수요)은 420만㎾까지 떨어져 비상상황인 400만㎾를 위협할 것이란 게 지경부의 예상이다.
전력난이 반복되는 이유는 수요 예측을 잘못해 발전소를 충분히 짓지 못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값싼 전기요금을 방치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값싼 전기요금이 전력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지경부의 한 간부는 최근 전기요금에 대해 "마치 고장난 신호등 같다"고 했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높아져 수요를 둔화시키는 것이 시장이고,그런 점에서 가격은 시장의 신호등이다. 하지만 전력시장에선 그런 논리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고장난 신호등'을 고칠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