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분율 10% 안팎…적대적 M&A 무방비
메디포스트 '황금 낙하산' 도입 등 안간힘
코스닥시장의 관심주인 메디포스트는 지난 19일 갑자기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소유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지분(9.32%)의 절반가량을 장내 매각하면서 양윤선 대표(7.75%)가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았다. 작년 8월에는 지분 9.63%를 취득한 외국계 투자회사인 '알리안츠글로벌'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무릎연골 치료제의 임상3상을 끝내고 막바지 신약판매 허가 절차에 돌입한 바이오기업의 '주인'이 1년 새 세 번이나 바뀐 것이다.
최근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최대주주 지분율이 10% 안팎에 불과해 적대적 기업 인수 · 합병(M&A)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평가익 증가는 '빛 좋은 개살구'
에프씨비파미셀의 줄기세포 치료제 상업화를 계기로 바이오 관련주들이 급등하고 있다. 바이오기업 창업 오너들의 평가익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젬백스 주가는 지난 5월 말 2만5250원에서 21일 3만9600원까지 올랐다. 김태균 젬백스 대표(지분율 11.94%)의 평가익도 387억원 늘었다. 알앤엘바이오의 라정찬 회장(지분율 11.83%)도 보유 주식 가치가 304억원 불어났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로 바이오주 랠리의 시동을 건 김현수 에프씨비투웰브 대표와 메디포스트 양 대표도 같은 기간 평가차익이 291억원과 202억원에 달하고 있다.
평가익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취약한 지분 구조가 그것이다. 이들의 지분율은 10% 안팎이다. 별다른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없이 증자를 통해 연구 · 개발(R&D) 자금을 충당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메디포스트뿐만 아니라 마크로젠 엔케이바이오 이노셀 알앤엘바이오 크리스탈지노믹스 차바이오앤 등의 오너들은 차익 실현은 고사하고 우호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이 당장 '발등의 불'이 됐다.
◆적대적 M&A 노출'불안'
들어오는 돈보다 써야 할 돈이 많은 바이오기업들은 적대적 M&A를 저지할 방안이 많지 않다.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높일 여력이 없는 데다 향후 R&D 비용 조달도 전환사채(CB) 등 증자에 의존해야 해 지분율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 췌장암 백신의 임상2상을 진행 중인 젬백스는 CB를 발행해 주고 미국 투자회사인 SIG로부터 30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SIG가 24개월 후 전환권(전환가 3만8559원 기준)을 행사하면 약 3.4%의 주요 주주가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11.94%에 불과해 CB 발행을 3000만달러 규모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의 M&A업무팀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은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보강하려는 국내외 제약사와 국내외 투자사들의 M&A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프씨비투웰브 메디포스트 마크로젠 등 일부 바이오기업은 이에 대비해 이른바 '황금낙하산'제도를 정관에 명시했다. 이 제도는 새로운 최대주주가 기존 이사들을 해임시킬 경우엔 퇴직금 외에 1인당 수십억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에프씨비투웰브는 신약 허가가 임박해진 지난해 말 이사 해임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하기도 했다. 대표이사 등 이사 해임안이 통과되려면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 5분의 4 이상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이오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는 언제든지 시도될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손성태/노경목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