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8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민주당 등 야당이 재재협상을 요구하며 처리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권 내에서 의견이 서로 얽히면서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미국 쪽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 · 미 FTA 비준안 통과를 처리하겠지만 미국 측의 늦춰달라는 공식 통보가 아직 없음을 확인했고 따라서 준비한 대로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축조심사까지 끝난 상황으로 한번 처리를 시작하면 빠르게 진행하기 때문에 우리도 8월에 상정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 · 정 · 청 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국익과 민생을 위해 한 · 미 FTA 비준동의안은 8월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대표를 만나 민생 법안 처리에 협조를 구하겠지만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관계 수석비서관들도 국민에게 법안 취지를 알리고 야당 설득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8월 처리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정부는 한 · 미 FTA 비준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해 줄 것을 여당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부채 문제가 심각해 정부와 의회가 8월까지 한 · 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알려왔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다음달(8월) 6일까지 한 · 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9월로 넘어가게 된다"며 "미국이 늦춰지면 우리도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남 위원장은 "8월에 비준안을 처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우리는 미국보다 늦게 처리하고,물리적인 강행 처리는 안 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8월 상정이 원칙이지만 그렇다고 미국보다 빨리 처리하지는 않을 것임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재재협상을 요구하며 한 · 미 FTA 비준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