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에셋플러스 대표 "펀드 직접판매 3년, 신발이 닳도록 전국을 누볐죠"
"고객들은 늘 불안해합니다. 많이 벌어도 불안하고, 손해를 봐도 불안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믿는 것을 고객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설득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신발이 닳도록 전국을 누볐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모 펀드 직접 판매에 나서고 있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지난 7일 펀드 판매 3주년을 맞았다. <한경닷컴>이 박신배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를 만나 직접 판매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3년만 믿고 맡겨달라"는 약속 지켜

박 대표는 1999년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과 함께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창업 멤버다. 강 회장과 동방증권(현 SK증권) 입사 동기였던 것이 인연이 됐다.

1999년 투자자문사로 설립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2008년 자산운용사로 전환하고 한국 주식형 펀드인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중국 펀드인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 글로벌 펀드인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를 7월 7일 출시했다.

에셋플러스는 펀드 출시와 함께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을 통하지 않고 국내 최초로 공모 펀드를 직접 판매하겠다고 밝혀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제 막 출범한 신생 자산운용사가 대형 운용사도 하지 못한 직접 판매에 성공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높았다. 펀드 출시 직후 금융위기가 터지며 증시 분위기도 급랭했다.

"에셋플러스는 그 동안 투자자문사로서 10년 가까이 고객과 일대일로 만나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펀드를 직접판매하는 데 있어서도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판매가 쉬운 길은 아니었다. 특히 펀드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판매사를 통하지 않으려니 남들이 쉽게 가는 길도 돌아서 가야 했다.

지점이나 사무소가 없는 에셋플러스는 서울 본사에 찾아올 수 없는 지방 고객들을 위해 씨티은행, SC제일은행, 새마을금고 등과 제휴를 맺어 계좌 계설 대행을 하고 있다. 이들 지점에 찾아가 에셋플러스 종합계좌를 개설한 후 온라인에서 펀드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이마저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판매사들이 대부분 자사 창구에서 펀드를 파는 간접 판매 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접근성이 어렵기 때문에 수탁고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지만, 단기간에 빨리 고객을 확보하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고객과 직접 소통을 해서 우리와 궁합이 맞는 고객들을 끌어모으자는 판단이었으니까요."

직접 판매를 위해 직원을 늘리고 판매 마케팅 비용 등이 증가하다보니 영업이익을 내기도 쉽지 않았다. 에셋플러스는 투자자문사 시절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선두권 자문사였지만, 운용사로 전환한 다음에는 아직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다만 고유자산 운용으로 순이익에서는 작년 9억원 흑자를 냈다.

아직까지도 에셋플러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모펀드를 직접 판매하고 있는 운용사다.

에셋플러스는 출범 3년째 되는 현재 느리지만 꾸준히 수탁고를 늘려나가며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특히 대량 펀드 환매 러시가 이어지던 2009년 이후에도 느리지만 꾸준하게 수탁고가 늘어난 것이 고무적이다.

2009년부터 2010년말까지 전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140조2000억원에서 100조900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418억원에서 1441억원으로 늘었다.

박 대표는 펀드 직접판매 3년이라는 숫자는 에셋플러스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고객들과 상담할 때 하는 얘기가 '최소 3년만 믿고 맡겨달라'는 겁니다. 아무리 불황이라고 하더라도 3년을 기다리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극복하는 데에도 3년이 걸리지 않았지요."

이번에 막 3년을 넘은 에셋플러스가 출시한 펀드 3개의 3년 수익률은 모두 제로인 기준 동일 펀드 유형 수익률에서 상위 1% 순위에 들고 있다. 특히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는 3년 수익률이 96.12%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를 두배 가까이 웃돈다.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수익률 2위다.

펀드 성과에 비해서는 수탁고 규모가 크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에셋플러스의 주식형 설정액 규모는 1596억원으로 전 운용사 중 37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직접 판매라는 방식을 포기했다면 수탁고를 늘리는 것은 더 수월했을 테지만, 고객과의 소통과 회사의 투자철학 유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에 직접 판매를 고집했다"고 말했다.

특히 작년 자문형랩의 열풍이 한참일 때는 증권사로부터 자문형랩을 출시하자는 제안도 많이 받았다.

"자문형랩 시장에 진출했다면 수수료 수익도 확보되고 수탁고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겁니다. 하지만 운용성과에 대한 책임이 불분명하고 고객이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3년 간 400회 이상 투자설명회 열어

에셋플러스의 펀드에 가입하려면 직접 서울 본사를 찾아가거나 제휴 은행 등에서 계좌 개설 후 온라인을 통해 펀드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로서는 번거롭다고 느낄 만한 점이다.

박신배 에셋플러스 대표 "펀드 직접판매 3년, 신발이 닳도록 전국을 누볐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설명회를 자주 열고 있습니다. 3년간 지방을 포함해 400회 이상의 투자설명회를 가졌어요. 3명 이상만 모이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는 '컴투게더' 펀드상담 서비스도 실시 중입니다."

최근에는 두달 가까이 지방 30개 중소도시를 찾아 릴레이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박 대표는 이 중 27개 도시를 순회하며 투자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설명회가 끝난 뒤에는 뒤풀이 자리를 마련해 투자자들의 허심탄회한 속얘기도 들었다. 하반기에는 수도권 중심으로 30개 지역에서 또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고객과 만나 얘기를 해보면서 '한국의 주식·펀드 투자자들은 상처투성이'라는 것도 실감했다.

"부동산으로 재미를 본 사람은 많지만 주식·펀드를 가지고 크게 수익을 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식에 발을 담갔다가도 금방 다시 빼려고 합니다. 투자자들의 마음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느꼈죠."

그는 "의외로 많은 투자자들이 펀드를 단기 금융상품처럼 생각하고 있었다"며 "일정 수익에 도달하면 해지하고 판매 직원 권유로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것을 반복하더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좋은 기업에 투자해 기업의 성장 과실을 함께 누리는 것이 주식 투자의 본질"이라며 "고객들에게 그런 회사철학을 이해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어려울 때면 평소의 2~3배 정도 고객 전화가 폭주합니다. 주식이 싸보이니 펀드에 돈을 더 넣고 싶다는 상담 전화가 대부분입니다. 남들이 공포에 떨 때가 '일등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우리의 신념이 고객들에게도 믿음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절대수익형 상품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하던 당시 기존 자문사의 일임 고객들이 맞춤형 상품을 요구했고, 이런 고객들을 대상으로 2년여 동안 절대수익형 사모펀드를 운용해왔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연 10%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되는 사모펀드가 3호까지 출시됐으며, 운용 규모는 1700억원 정도다. 이 밖에도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공모펀드인 '해피투게더' 펀드도 운용 중이다.

"절대수익형 펀드 등 노후를 대비한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대형 은행사의 퇴직연금 자금을 일부 운용 중인데, 일정 기간 성과를 올리면 본격적으로 퇴직연금을 받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합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