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한국산업기술대.재학생이 6300여명인 이 대학은 대지 12만1374㎡의 캠퍼스에 건물 12동이 들어서 있다. 캠퍼스가 협소한 편이다. 그러나 정문 밖을 나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산기대와 산 · 학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반월 · 시화,남동산업단지 소재 3700여곳의 중소기업들이 이곳 학생들에겐 '제2의 캠퍼스'다. 강의실에서 이론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교내 기업 부설 연구소인 '엔지니어링 하우스(EH)'에서 연구 · 개발(R&D)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EH에는 중소기업 180곳과 423명의 학생이 정보기술(IT) · 생명과학 · 신소재 분야의 270여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방학 기간엔 산업단지 내 공장에서 현장 실습을 한다. 실습에 나가면 해당업체의 공장장이나 엔지니어가 학생들의 평점을 매긴다. 박철우 산기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EH와 현장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취업 전 맞춤형 실무 교육을 받고 있다"며 "기업들의 매출 증대에도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밀착형' 교육 시스템은 졸업 후 취업으로 이어진다. 산기대 학생들의 중소기업 취업률은 매년 90%를 웃돈다.

이같이 산업단지 내에서 대학이 정규교육을 실시한 것은 현재까지 이 대학이 유일했다. 앞으론 '산 · 학 협력'의 물결이 전체 산단으로 퍼져나갈 전망이다.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산단 내에 산 · 학 융합지구를 조성하는 사업을 'QWL밸리 조성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2012년까지 반월 · 시화,군산,구미 3개 단지 시범 지구에 각각 'QWL 캠퍼스'가 들어서 대학 정규 교육 과정을 제공하게 된다. 특히 교원 임용 · 평가 기준,교육 프로그램,학위 등을 철저히 현장 실습 중심으로 개편해 산업현장을 교육,취업,R&D가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기업 프로젝트를 위한 산학공동 연구실이 들어서 중소기업의 R&D 인턴십 등이 캠퍼스 내에서 수시로 이뤄질 것"이라며 "맞춤형으로 양성한 인력을 기업이 바로 고용할 수 있어 기업은 물론 산단 전체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취업한 뒤 일을 하면서 QWL 캠퍼스에서 대학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선(先)취업-후(後)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이외에 △중소기업 계약학과 △현장실습을 강화한 5년제 학 · 석사 연계 모델 △동업자 대학 등을 신설해 산단 내 근로자들이 교육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다른 산단에도 이 같은 산 · 학 융합지구를 순차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박태성 지경부 지역경제총괄과장은 "그동안 생산 중심이었던 산업단지가 '배움터'와 '일터'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됐다"며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 취업난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하헌형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