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부모-자식·勞-使 '이간질'하는 고령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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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쇼크 / 테드 피시먼 지음 / 안세민 옮김 / 반비 / 496쪽 / 2만원
고령화 백과사전이다. 막연하다 못해 식상하기까지 한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자'는 슬로건을 외치고,고령화라고 하면 은퇴한 노인들의 복지 정도를 떠올린 사람이라면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다.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라는 부제를 단 《회색 쇼크》의 저자는 "고령화는 노인의 문제이기 전에 오늘을 살고 있는 당신의 문제"라며,고령화가 청년과 노인,자식과 부모,여성과 남성,노동자와 회사 심지어 국가 간의 갈등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에 주목한다. 일본 미국 스페인 중국 등 전 세계 고령화의 현장을 찾아 100세 장수시대에 벌어지는 노화와 과학의 대결에서부터 사회적 갈등,실버산업의 성장,국가정책의 변화 등 고령화로 인한 거의 모든 분야를 언급한다.
특히 중국의 정책이 공산주의 혁명 독트린에서 자식의 의무를 강조하는 유교사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그럴듯하다. 이유인즉슨 '헤이하이쯔'(黑孩子 · 산아제한 정책으로 호적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라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만들었던 중국 정부가 받는 재정압박 때문이라는 것.전통적인 대가족 제도를 해체하고 산업화에는 성공했지만,그 결과 이제는 한 자녀 가정의 아이가 조부모 4명에 부모 2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선 이를 온전히 책임져주기 어렵게 되자 가족 내에서 부양가족을 챙길 것을 기대한다는 것.
미국 시카고 인근 록퍼드의 실업률 이야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볼트 너트 등 부품산업의 중심지였던 이 도시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들은 취업을 위해 10~20대의 젊은이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낮은 임금에도 일을 하겠다고 나서니 청년들의 취업은커녕 청년실업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다.
고령화 사회가 더 진행되면 복지를 넘어 인간의 개념도 바뀌고,이에 대처하기 위해선 문명적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저자이지만,다소 무리한 인용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고령화 사회일수록 노인에 대한 폭력 범죄가 늘어난다고 특징짓고,심지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간병비를 마련해야 한다며 자신의 처녀성을 경매에 부친 스페인의 여성까지도 언급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라는 부제를 단 《회색 쇼크》의 저자는 "고령화는 노인의 문제이기 전에 오늘을 살고 있는 당신의 문제"라며,고령화가 청년과 노인,자식과 부모,여성과 남성,노동자와 회사 심지어 국가 간의 갈등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에 주목한다. 일본 미국 스페인 중국 등 전 세계 고령화의 현장을 찾아 100세 장수시대에 벌어지는 노화와 과학의 대결에서부터 사회적 갈등,실버산업의 성장,국가정책의 변화 등 고령화로 인한 거의 모든 분야를 언급한다.
특히 중국의 정책이 공산주의 혁명 독트린에서 자식의 의무를 강조하는 유교사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그럴듯하다. 이유인즉슨 '헤이하이쯔'(黑孩子 · 산아제한 정책으로 호적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라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만들었던 중국 정부가 받는 재정압박 때문이라는 것.전통적인 대가족 제도를 해체하고 산업화에는 성공했지만,그 결과 이제는 한 자녀 가정의 아이가 조부모 4명에 부모 2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선 이를 온전히 책임져주기 어렵게 되자 가족 내에서 부양가족을 챙길 것을 기대한다는 것.
미국 시카고 인근 록퍼드의 실업률 이야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볼트 너트 등 부품산업의 중심지였던 이 도시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들은 취업을 위해 10~20대의 젊은이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낮은 임금에도 일을 하겠다고 나서니 청년들의 취업은커녕 청년실업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다.
고령화 사회가 더 진행되면 복지를 넘어 인간의 개념도 바뀌고,이에 대처하기 위해선 문명적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저자이지만,다소 무리한 인용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고령화 사회일수록 노인에 대한 폭력 범죄가 늘어난다고 특징짓고,심지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간병비를 마련해야 한다며 자신의 처녀성을 경매에 부친 스페인의 여성까지도 언급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