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 1586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에 21일(현지시간) 합의했다.이로써 그리스는 지난해 1100억유로보다 더 많은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을 받게 된다.유로존은 이와 함께 그리스에 대해 선별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허용키로 했다.

유로존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내놓은 성명에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1090억유로를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성명은 또 여기에다 은행을 비롯한 민간채권단이 다양한 방안들을 통한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496억유로 규모를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민간의 순기여도는 370억유로지만 여기에다 그리스 채권 환매(바이백) 프로그램을 통해 126억유로를 추가로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그리스 재정위기 대응책을 논의한 결과 그리스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을 통해 2차 구제금융을 제공하되 만기일을 기존 7년 6개월에서 15년으로 배로 늘려주고,현재 4.5∼5.8%인 상환 금리는 3.5%로 대폭 낮춰주는 등의 유럽 금융불안 해소책에 합의했다.

정상회담 합의문에 따르면 EFSF가 그리스의 채무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장에서 그리스 채권을 직접 사들이는 것이 허용되며,회원국 정부에 차관을 제공해 은행의 재자본화(recapitalization)를 유도하는 등 EFSF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다.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 구제금융과 관련한 민간의 참여 방식에 대해 “채권 교환(bond exchange)이나 만기 연장(rollover) 환매(buyback) 등 여러가지 선택 가능한 방안을 통한 민간 투자자들의 자발적인 지원을 환영할 것”이라며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민간 부문의 고통 분담을 명시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환매나 만기 연장 등이 이뤄질 경우 그리스를 ‘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 등급으로 낮출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따라서 유로존 정상들이 결국 그리스의 ‘선택적 디폴트’를 사실상 받아들인 셈이다.

유로존은 그러나 그리스가 만기가 돌아온 채권 가운데 일부만 일시적으로 상환을 미루고 EFSF 등의 구제금융을 통해 나머지 채권을 상환하고 채무를 재조정하는 방식을 통해 완전한 디폴트에 빠지는 것을 막고 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